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9천860원으로 결정됐다. 월급(209시간 기준)은 206만740원이다. 시급이 9천620원인 올해보다 2.5% 오른 것이다. 가장 오랜 논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인상률은 역대 두 번째로 낮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부담을 호소했고 노동자들은 고물가 상황에 역부족이라는 반응이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지금의 물가 상승세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9일 밤샘 논의 끝에 15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이 같이 결정했다. 노동계에서 제시한 1만원과 경영계에서 내놓은 9천860원을 놓고 투표에 부쳤는데, 9천860원이 17표를 얻었고 1만원이 8표를 획득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과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이 각각 9명씩이고 공익위원이 9명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고물가 상황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각각 대폭 인상과 동결 혹은 소폭 인상을 주장해왔다. 이런 상황 속 공익위원 대부분이 사용자위원들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논의에선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릴지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불발됐다. 인상률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였던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인 1.5%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이례적인 물가 상승세와 경기 침체 국면으로 최저임금 논의에서도 의견차를 좁히는 게 매우 어려웠는데, 그 결과 심의에만 110일이 걸렸다. 이는 최저임금 결정에 있어 지금과 같은 방식이 적용된 2007년 이후 역대 가장 오랜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직전 최장 기록은 2016년 108일이었다.
9860원 결정… '1만원 시대' 불발
중소·소상공인 "또 올라서 막막"
온라인 "물가 고려땐 사실상 인하"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중소기업·소상공인과 노동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수원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서 최소한의 직원만 채용하고 혼자 점포를 관리하다시피 하고 있다. 장시간 일하는데도 수익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너무 힘들어서 진지하게 그만할까 고민 중인데, 최저임금이 또 올라서 막막하다. 말이 9천860원이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1만3천원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최저임금 결정 후 온라인에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인하"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최저임금 상승으로 물가가 더 오르는 게 아니냐는 염려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위례신도시에 거주한다는 한 누리꾼은 "너무 조금 올랐다 싶긴 하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만큼 물건 값을 올리는 요인이 될까봐 걱정되기도 한다. 지금도 지역 물가가 너무 비싸다"라고 했다.
자신을 아르바이트생이라고 거론한 다른 누리꾼은 "최저임금이 올랐으면 좋겠는데, 오르면 아르바이트 시간이 줄어들고 자리가 없어질 것 같아서 마냥 좋진 않다"고 밝혔다. → 그래프 참조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