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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홀이 집중호우로 우후죽순 발생하면서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일부 도로에서는 책임 소재를 따지느라 방치되는 등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사진은 최근 집중호우로 생긴 수원 시내 포트홀. 2023.7.20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깜깜한 시야 속 폭우가 내리던 지난주 금요일 오후 8시40분께. 퇴근길 자가용을 몰며 고속도로로 진입하던 김모(60대)씨는 갑작스레 차체에 큰 충격을 받았다. 잠시 정차해 보니 우측 타이어가 찢어지고 차체 일부가 파손돼 있었다. 충격이 발생한 도로 부근에는 물웅덩이처럼 큰 '포트홀'(도로 파임)이 보였다.

놀란 김씨는 고속도로 관리 기업으로 피해 신고를 접수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예상 밖이었다. 관할 영역이 아니라 손 쓸 수 없다며, 며칠 전부터 지자체에 조치를 요구했는데도 조치가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김씨는 "그렇게 큰 포트홀이 생겼는데 관할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며칠째 방치된다니 매우 위험해 보였다"고 말했다.

실제 도로 관리기업과 지자체는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문제의 구간은 용인시 수지구 광교상현IC 부근 용인서울고속도로와 수원북부순환로가 갈라지는 지점이다.

수원순환도로주식회사 관계자는 "도로로 진입하는 구간이라 저희 쪽으로 접수되는 신고가 잦은데, 접수하는 즉시 지자체에 통보해도 별다른 조치가 없어 며칠간 같은 구간에서 신고가 계속 접수됐다"고 밝힌 반면, 수지구청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면 하루 이틀 내로 신속히 조치하고 있으며 며칠 동안 방치한 사례는 없다. 비가 계속 내려 포트홀이 추가로 발생한 것이 오해를 산 것 같다"고 전했다.

기업-지자체간 상반된 입장
수원순환도로측 "관할 아니다"
수지구청 "신속 조치… 방치없어"


이처럼 단기간 집중호우로 포트홀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일부 도로에서는 책임 소재를 따지느라 방치되는 등 혼란까지 낳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리주체가 애매한 도로에 신고가 접수되면 일단 현장을 확인해서 상호 소통하느라 다소 지연되는 경우도 있고,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서 이런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되면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역대급' 강우량으로 여타 수해 피해까지 겹치면서 포트홀 피해에 대해서는 지자체 차원의 현황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가 올해까지 파악한 포트홀 신고 및 처리 건수는 3월 말 기준 2만3천415건이 마지막이다. 앞서 지난 3년간 발생 건수는 6만8천78건(2020년), 6만8천950건(2021년), 6만6천223건(2022년)으로 평균 6만건 이상의 포트홀 피해가 접수됐다.

도 관계자는 "올해 수해 피해로 시군별 관련 부서들의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서 전체 피해를 신속히 취합하려 하고 있다"면서 "시스템에 따라 포트홀 발생지역 관리주체를 자동으로 분류해 처리하게 돼 있으며, 물론 인력과 예산의 한계는 있지만 모니터링단을 모집해 운영하는 등 24시간 내 신속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