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 경기도 곳곳에 적어도 600건 넘는 '정체불명 우편물'이 해외에서 날아들며 지역 사회가 혼란을 겪었다.
아파트·공장·우체국 등 장소를 가리지 않은 우편물 배송에 '대테러' 우려까지 제기됐지만, 대부분 독극물은커녕 아무 물건도 들어있지 않은 우편물인 것으로 조사돼 해외 쇼핑몰의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만발 '독극물 테러' 우려했지만
확인결과 비었거나 작은 용품 담겨
경찰·소방 출동 유해물질 피해 없어
23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이날 오전 5시까지 경기지역에서 접수된 '수상한 우편물' 신고는 총 604건으로 파악됐다. 우편물 배송지로 출동한 경찰과 소방 등이 우편물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거나 일부 작은 크기의 생활용품이 담긴 정도였다. 대부분 대만에서 온 걸로 추정되는 국제우편물이란 공통점은 있다.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 배송된 독극물 의심 소포 사례와 달리 경기지역에 날아든 우편물 내 유해물질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는 상태다. 다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자 관계기관에 인계해 조사하기 위해 경찰이 일부 미개봉 상태로 우편물을 보관 중인 사례는 있었다.
주말 사이 배송된 정체불명 우편물 탓에 도내 곳곳에서 혼란을 겪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 21일 저녁 수원의 한 우체국에서 3개의 수상한 우편물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 소방, 관할 보건소 등이 현장 조사를 벌였지만, 다행히 방사능 등 유해물질에 따른 피해는 없었다.
같은 날 오후 6시30분 평택시 비전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도 대만발로 추정되는 우편물이 배송돼 주민들과 관할 우체국 직원들이 늦은 밤까지 혼란을 겪었지만,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용인에서는 한 공장에 엉뚱한 외국인 이름이 수신인인 정체불명 우편물이 날아들었지만 역시 아무 내용물이 없었다.
김포시 내 아파트와 상가 등지에서도 관련 신고가 10건이나 접수돼 보건당국에 인계됐다.
쇼핑몰 홍보 '브러싱 스캠' 관측도
대만 정부 "최초 발신지는 중국"
이처럼 정체불명의 우편물이 곳곳에서 발견됐지만 독극물 등이 확인된 사례는 없어 당초 제기된 대테러 우려는 사그라지고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브러싱 스캠은 해외 온라인 쇼핑몰이 판매 실적을 올리기 위한 목적에 불법 유출 개인정보를 활용해 물건을 무작위로 배송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유사 사례가 나타났다.
대만발 정체불명 우편물 배송이 한국에 잇따르자 22일 대만 정부는 "형사국 조사 결과 중국 선전에서 대만으로 화물 우편 발송됐고 대만 우체국(중화우정)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보내졌다"며 문제의 우편물들의 최초 발신지가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경찰도 브러싱 스캠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청이 밝힌 같은 시간 기준 경기도 이외 전국에 접수된 '정체불명 우편물' 112 신고는 1천904건에 달한다. → 그래픽 참조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