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예고된 대규모 역전세난에 대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굳건했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완화를 검토해온 금융당국(6월20일자 12면=금융당국, 역전세난 대책 카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 만지작)이 오는 27일부터 전세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 대출에 대해 규제를 완화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DSR 40% 원칙을 변경해, DTI(총부채상환비율) 60%를 1년간 적용할 계획이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택시장 침체로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에 대해 오는 27일부터 1년 동안 대출 규제가 완화된다. 이번 대책의 지원 대상은 보증금 반환 시기가 다가왔지만 역전세 상황에 놓인 임대인이다. 주거 유형으로는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주거용 오피스텔 등이 포함된다. 지원 대상 임대인은 보증금 차액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기존 3억원이었던 전세 보증금이 2억원으로 하락했을 경우 대출 가능 한도는 1억원 이내다.

이번 조치로 대출 한도가 늘면서 전세보증금 반환이 비교적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테면 대출금리 4%·대출만기 30년인 연소득 5천만원의 개인 다주택자의 경우 기존 DSR 40%를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3억5천만원이지만, DTI 60%를 적용할 땐 5억2천500만원으로 한도가 늘어난다.

전세 보증금 미반환 위험 임대인 대상
대출 한도 높일 수 있는 'DTI 60%' 적용
보증사고 위험 완화 기대 속 부채 증가 우려도


금융당국이 2021년 7월부터 유지해오던 DSR 적용 원칙을 풀면서까지 규제를 완화하는 이유는 역전세난 우려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의 역전세 위험 가구 비율은 전체 전세 계약의 52.4%(102만6천가구)로 절반을 넘긴 것은 물론, 1년 전인 지난해 1월 25.9%(51만7천가구)보다 2배 늘었다.

실제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는 보증 사고는 올해 들어 매달 늘어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보증사고 금액은 지난 4월 2천857억원, 지난 5월 3천252억원, 지난달 4천443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역전세난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늘어나는 가계부채 규모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우려되던 위험이 역전세난이었다. 이번 조치로 연착륙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면서도 "임대인이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돌려주다 보니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가계부채 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