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중심에 섰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루 가능성이 더해지며 재판이 혼란을 겪고 있다.

사건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요청'에 대해 불명확한 진술 번복이 나온 후 이 전 부지사와 가족 간 변호인 해임 의견이 엇갈리는가 하면 검찰에선 "재판 독립성 훼손 우려" 목소리까지 나왔다.

방북 비용 대납 불명확한 진술 후
이화영 "변호인 해임, 내 뜻 아냐"
법정서 아내와 엇갈린 의견 '소란'


25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41차 공판에서 전날 아내 A씨가 제출한 피고인 측 변호인단 중 법무법인 해광에 대한 해임신고서 관련 의견을 묻는 재판부 질의에 이 전 부지사는 "제 의사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법무법인 해광에 소속돼 이 사건 첫 공판부터 최근까지 이 전 부지사의 변론을 맡아 온 변호인이 지난 18일 공판에서 "가족 뜻과 다른 변론을 했다"는 이유로 이 전 부지사 아내 A씨가 재판부에 해당 변호인 해임을 요청한 데 대해, 이 전 부지사가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해당 변호인 B씨는 당시 공판에서 "그동안 방북비 대납 요청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근 검찰 조사에서)'쌍방울에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며 이 전 부지사가 기존과 일부 다른 진술을 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이 전 부지사가 일부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이 나온 점을 토대로 향후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거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이날 이 전 부지사가 A씨 의견과 달리 기존 변호인 선임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내놓자 방청석에 있던 A씨는 "저 사람(남편)은 자기가 검찰에 회유 당하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무슨 이재명 방북을 (비용 대납 요청했다고) 그랬나. 이게 이화영 재판이냐, 이재명 재판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 변호인 B씨에 대한 해임 의견이 알려지며 B씨는 결국 이날 법정에 불출석했고, 당초 예정된 신문 등 절차는 다음 공판으로 미뤄졌다. 이 같은 이례적 상황이 벌어지자 검찰 측은 "재판 독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냈다.

검찰측 "재판 독립성 훼손 우려"

검찰은 "과거 재판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난다"며 "피고인이 법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재판마저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보면서 외부 세력에 의해 재판의 독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8월 8일 오전 10시30분 수원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