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 현수막 철거
사진은 1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소금밭사거리에서 연수구청 관계자들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는 모습. 2023.07.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정당현수막의 자유로운 게시를 명시한 옥외광고물법은 위헌일까.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이하 새변)은 정당현수막 난립이 시민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 내달 초 피해 시민들을 주요 청구인으로 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한다.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가 또 다른 기본권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상호 배치되는 권리에 대한 가치가 사법 판단 대상이 될 전망이다.

새변은 정당현수막 난립을 초래한 옥외광고물법이 '평등권' '환경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개정·시행된 옥외광고물법은 정당의 자유로운 정치 활동을 위해 정당현수막의 경우 수량, 규격, 장소 제한 없이 걸 수 있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법률 개정 이후 정당현수막이 도심 곳곳에 무분별하게 설치되면서 안전사고 유발, 도시경관 저해 등을 초래하고 있다. 인천에서 최근 정당현수막을 강제 철거한 데 이어 광주 등 전국 다른 지자체에서도 정당현수막 정비에 필요한 입법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새변, 내달초 심판청구서 제출키로
옥외광고물법, 평등·환경권 등 저해


헌법재판소 판단 시 주된 쟁점은 헌법에 명시한 표현의 자유와 헌법의 또 다른 기본권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있다.

새변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범위는 달라진 시대 정신·가치를 충분히 반영해 다른 기본권과 조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헌법이 개정·시행된 1988년은 민주화 시기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가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오늘날에는 또 다른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수단으로 기존 취지에 어긋났다는 점을 들어서다.

옥외광고물법은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며 국가로부터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인 평등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는 게 새변 측 설명이다.

일반인은 현수막을 걸기 위해 비용을 납부하고 지정 현수막 게시대를 이용해야 하지만, 정치인은 이 같은 제약을 받지 않는다. 정치인 간에도 정당 소속 유무에 따라 정당현수막을 걸 수 있는 권리가 달리 적용된다는 점에서 평등권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옥외광고물법은 정당에 속한 정치인에게만 정당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수구 현수막 철거
사진은 1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소금밭사거리에서 연수구청 관계자들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는 모습. 2023.07.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인 환경권과 각종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와도 배치되고 있다고 했다. 정당현수막 내 혐오·비방 문구로 국민의 정신적 안정은 물론 보행자, 운전자 시야를 방해해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옥외광고물법은 선거와 관련해 정당현수막 게시 시기 등을 규정한 공직선거법과 상충한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표현의 자유' 보장 범위 쟁점 전망
"정당소속 유무에 권리 달라" 지적
게시 시기 등 공직선거법과 상충도


백대용 새변 이사장은 "표현의 자유나 집회 시위의 자유가 더 이상 다른 모든 권리를 압도하는 절대 권리가 아니다"라며 "일반 국민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환경권 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할 필요성이 높다"고 했다.

옥외광고물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은 분명한 인과관계가 성립되지만, 헌법재판소 본안 심리나 위헌 판단 여부를 예측하긴 쉽지 않다. 단 헌법소원 청구 자체가 규제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 개선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소송'으로 의의도 충분하다는 게 법조계 관측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권분립 원칙을 비추어 볼 때 헌법재판소가 이미 국회에서 만든 법령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옥외광고물법을 두고 충돌하는 기본권 간 합리적인 조정은 분명히 필요한 사안으로 (정당현수막 게시) 시간이나 장소, 점유 공간을 최소화하는 등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정치권 합의를 도출해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여야 모두 옥외광고물법 개정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는 것으로 파악했다"면서도 "정당현수막 제한 방식을 두고 정당 간 이견이 있어 조정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