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집회 (8)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26일 오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열린 '무책임 경영 규탄·고용 불안해소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 1차 행동' 집회에서 우산을 들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7.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카카오 계열사들의 희망퇴직으로 판교 일대가 술렁이는 가운데(7월26일자 1면 보도=판교 흔드는 '카카오 희망퇴직'), 코로나19 엔데믹을 맞은 다른 게임회사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의 '게임 특수'가 엔데믹으로 사라지면서 매출 하락을 면치 못해서인데, 국내 게임 산업 매출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경기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게임회사들이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내부 전환 배치 등을 단행하고 있다. 판교에 위치한 대형 게임회사 엔씨소프트는 지난 2월 산하 플랫폼 '유니버스' 인력 70여 명을 대상으로 사내 전환 배치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넷마블, 모바일 게임업체 데브시스터즈 등은 사업을 종료하며 해당 팀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보통 여름방학 시기엔 신작 출시 등의 여파로 게임업계 분위기가 살아나지만, 시기가 무색하게 업계의 인력 재배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테이크원컴퍼니는 지난 6월부터 권고사직을, 시프트업은 지난 20일부터 권고사직과 전환 배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엑스엘(XL)게임즈의 경우 올해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가 흥행에 성공해 매출이 흑자로 돌아섰음에도 지난 24일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엔씨 등 게임업체 줄줄이 단행
전문가 "장기적 발전 저해 우려"

이처럼 게임회사들이 대거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는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매출 하락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회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게임 이용 시간이 증가해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야외활동이 늘면서 게임 이용률이 줄자 게임회사들의 매출도 감소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올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25%, 2.25% 감소해 4천704억원과 6천45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집회 (4)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26일 오후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열린 '무책임 경영 규탄·고용 불안해소를 위한 카카오 공동체 1차 행동'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7.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게임업계의 각 노동조합 측은 회사의 경영상 실패를 구성원에게 전가한다고 주장한다. 사측에선 저마다 희망퇴직이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만,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사실상 강제"라는 입장이다. 진창현 엑스엘(XL)게임즈 분회장은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희망퇴직을 진행하기 때문에 '나가'라는 것과 같다"며 "내부 전환 배치에 지원하더라도 서류전형부터 면접까지 다시 입사하는 수준으로 봐야 해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구조조정이 게임 산업의 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흥행에 실패할 경우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창의적인 도전을 주저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흐름은 향후 경기도 경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판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조성된 경기도 게임 산업체의 매출(9조8천억원)은 전국 관련 매출의 47%에 이른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업계가 불황이다 보니 게임회사들이 구조조정을 하며 숨 고르기에 나선 상황"이라며 "한국 게임산업이 예전만큼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이런 구조조정은 개발자들이 새로운 도전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기존 성공 모델만을 답습하면 한국 게임의 건강한 발전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했다. → 관련기사 12면(잇단 희망퇴직·고용불안… 카카오 노조 '단체행동')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