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늦은 밤에 수원시 팔달구 화서오거리 인근에서 40대 남성이 50대 남성에게 주먹을 휘두른데 이어 30대 남성에게는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1일 흉기로 행인 1명을 살해하고 3명을 다치게 한 '신림동 흉기난동사건' 직후여서 시민들의 불안과 걱정은 더욱 컸다.

이제 맘 놓고 길거리를 걷는 것조차 두려워졌다. 호신용품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4일 네이버 쇼핑에 따르면 지난 22일 하루 동안 20∼40대 여성과 20∼50대 남성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가 '호신용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루가스를 분사하는 후추스프레이를 비롯해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3단봉과 전기충격기 등이 검색 상위에 올랐다. 대낮 번화가에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자 개인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범죄 개연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어려워진 시대가 됐다. 과거에는 전과자, 사이코패스, 정신병력자 중심의 예비단속만으로도 범죄예방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가능하지 않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평범한 국민들의 우발적 범죄가 점증하고 있는 배경이다. 공동주택 위층의 작은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이웃 간에 원수가 되고, 운전 중의 사소한 시비가 끔찍한 범죄로 귀결되는 지경이다. 성인남녀 모두가 서로를 예비 범죄자로 여겨야 할 지경이 됐다.

우리 사회에 '불만', '분노', '적대감' 등이 팽배해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이 '네 탓'사회, '분노'사회가 된 것이다.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고단해지는 것이 화근인데,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점차 더 심해질 예정이어서 걱정이다. 가족 해체와 맞물린 은둔형 외톨이 양산도 주목된다. 타인과 유의미한 교류 없이 고립된 상태로 지내는 19∼34세 청년 외톨이만 무려 54만여 명이다. 해외에서는 공동체에서 이탈한 '외로운 늑대' 범죄의 심각성이 이미 실증되었다.

형사사법기관의 책임이 크다. 약해빠진 공권력, 가해자 인권우선의 형사정책, 법원의 느슨한 잔혹범죄 처분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이다. 이미 선고된 흉악범 사형은 1997년 이후 집행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존재하는 근본적 이유는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국민이 '내 몸을 내가 지켜'야 하는 세태에 절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