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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현 사회부 기자
베트남 이주노동자 당꾸이쭝이 화성의 한 택배회사 물류터미널에서 일하다 숨진 뒤 회사의 대응은 어쩌면 '일상적인 것'이었다. 사고 다음날 회사는 각 영업소와 지사에 폭발한 우레탄폼 스프레이를 무기한 접수하지 말라는 내용의 긴급 공문을 내린다. 택배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다른 회사들도 해당 제품을 집화 금지품목에 올리는 등 바삐 움직였다. '누군가 죽어야 바뀐다'는 말을 마치 매뉴얼에 새겨놓은 듯, 이들의 대응은 오차 없이 능숙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그런 회사의 대응은 숨진 노동자에게만은 예외였다.

책임자가 재발 방지를 논하고 피해자 측에 사과와 배상을 약속하는 '일상적인 그림'조차 보이지 않았다. 폭발 위험 품목이 어떻게 물류 터미널에 들어갔는지, 그런 물품이 담긴 택배 상자를 무방비 상태로 나르다 끝내 목숨을 잃었는지에 대해 회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누군가에게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안전할 수 있는 내일이 그와 같은 이들에게는 없다. 그런 내일은커녕 이미 위험이 편재한 불안전 일터에서 오늘을 살아낼 뿐이다.

그가 죽음에 이른 과정만큼이나, '죽음 이후'도 '예외적인 것'이었다.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치고 그의 시신이 추모공원으로 향한 날이었다. 유족 측은 죽음을 증빙할 수 있는 자료를 출입국사무소와 경찰로부터 받아 화장 절차를 밟았지만, 그의 시신은 화장되지 못한 채 다시 장례식장 내 안치실 냉장고로 들어갔다.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해당 추모공원은 체류기간이 지난 미등록 신분의 외국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베트남 대사관의 동의를 받는 비일상적인 경로를 한 번 더 거쳐서야 그의 유골은 본국에 돌아갈 수 있었다. 이쯤이면 모두가 한패다.

누군가는 죽어도 바뀌지 않고, 응답하지 않는 일터를 오늘도 살아낸다. 그런 그들이 만든 안온한 일상에서 나는 빚만 쌓는다. 그의 명복을 빈다.

/조수현 사회부 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