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부터 공직선거법상 '선거 현수막' 게시, 인쇄물 등 유인물 배포 시기를 제한한 조항이 무효화하면서 입법 공백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천시는 '정당현수막'의 자유로운 게재를 명시한 옥외광고물법에 따른 현수막 난립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철거조치에 나섰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인들의 현수막, 인쇄물 게시 규정을 담은 법령이 효력을 잃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국회가 공직선거법상 선거 현수막, 인쇄물 게시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해당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시한인 7월31일을 넘기면서 8월1일부터는 후보자가 언제든지 선거와 관련된 현수막, 인쇄물을 게시·배부할 수 있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7월 공직선거법상 현수막, 인쇄물 등 광고물 게시·배부를 선거일 180일 전부터 금지하는 행위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령이 위헌하지만, 위헌 결정 시 즉시 법령 효력이 상실되면서 혼란이 가중될 것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그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면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간에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해당 법률의 효력은 사라진다.
국회, 공직선거법 합의안 미도출
오늘부터 언제든 관련 게시 가능
市, 기존 방침때로 정비 나설 계획
그러나 공직선거법 개정을 두고 국회가 여야 간 의견 충돌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현수막, 인쇄물 게시·배포의 법적 근거가 사라지는 입법 공백 상태가 불가피해졌다. 여야는 현수막, 인쇄물 설치 금지 기간을 '선거일 120일 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협의했으나 선거기간 모임 규정 등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다른 조항을 두고 이견을 보여 법률 개정에 실패했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해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현수막이 난립하자 올해 7월부터 조례에 근거해 정당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옥외광고물법에 이어 공직선거법으로도 정치인의 현수막 게시를 규제하지 않게 되면서 지역에서는 또다시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시민 안전권 등 기본권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 정당 소속 한 정치인은 "인천은 선거구 개편, 의석 조정 등 총선 전 달라질 사안이 많은 만큼 후보자들이 현수막 등 여러 수단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이름 알리기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인천시 조례가 옥외광고물법상 정당현수막에 이어 공직선거법상 선거 현수막도 제한할 수 있는지 법률 조언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반면, 백대용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 이사장은 "공직선거법이 제때 개정되지 않으면서 기존 취지와 달리 현수막을 무분별하게 걸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인천시 조례가 현수막을 규제할 마지막 남은 '보루'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선거 현수막 게시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우선 기존 방침에 따라 현수막 정비에 나설 계획"이라며 "공직선거법 규정 변화에 따른 선거 현수막 난립 상황을 먼저 확인하겠다"고 했다. → 관련기사 4면(헌법불합치 '공직선거법 개정' 국회 의결못해 '법적 공백')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