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가까이 표류한 경인아라뱃길 기능 재정립 문제가 결국 '물류'를 뺀 관광용 뱃길 재건으로 되돌아가는 형국이다.
7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인천 서구 경인항 아라타워 대회의실에서 인천시, 서울시, 경기도,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K-water), 국토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인아라뱃길 기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인천시·서울시·경기도는 한강~아라뱃길~서해 섬 '관광 뱃길' 복원을 위한 경인아라뱃길의 주운 기능 존치를 환경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환경부는 지방자치단체 구상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자체 요청에 환경부 협조 의사
애초 공론화위는 '주운 축소' 권고
정부의 경인아라뱃길 기능 재정립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2021년 11월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경인아라뱃길 기능 개선 방안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연구 결과가 나올 전망인데, 정부와 지자체 간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인천시·서울시·경기도가 요청한 관광 뱃길 복원을 중심으로 기능이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애초 환경부의 아라뱃길 기능 개선 방안 연구의 전제는 2018~2021년 정부가 운영한 경인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의 권고(결론)다. 공론화위원회는 아라뱃길 '주운 기능 축소' '수질 개선' '친수·문화 중심 전환'을 정부에 권고했다. 환경부 연구 취지는 공론화위원회 권고를 이행하는 방향이었지만, 최근 지자체 요구로 주운 기능 존치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2조7천억원을 투입해 2012년 5월 개통한 경인아라뱃길은 애초 목적인 해운 물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서울 여의도 한강~아라뱃길~인천 옹진군 덕적도 유람선도 서울시 반대로 2014년 7월 운항을 중단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아라뱃길은 그 기능을 대부분 상실한 상태다.
현재 추진 중인 한강~서해 섬 유람선·여객선 운항은 지난해 말 서울시가 '서울항 조성·서해뱃길 프로젝트'로 운을 띄웠다. 경인아라뱃길 기능 재정립 방향이 바뀌고 있는 건 정부와 서울시장·인천시장이 선거에서 교체된 정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혔다는 시각도 있다.
친수·문화공간 조성 방향성 변화
인천녹색연합 "또다시 논란 키워"
경인아라뱃길 주운 기능이 축소되느냐 유지되느냐에 따라 뱃길 주변 친수·문화 공간 조성 방향성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공론화위원회 권고는 수질 개선을 통한 무동력선 등 시민 여가와 수변 문화 향유에 초점을 뒀다. 반면 인천시·서울시·경기도 구상은 유람선·여객선 중심 관광 인프라 조성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2016년 인천시가 한강유람선 운항 재개를 서울시에 요청했었고, 서울시가 반대하다 (오세훈 시장 취임 후) 다시 뱃길 복원을 추진하는 모양새"라며 "인천시가 뱃길 복원에 주도권을 가질 명분이 있고, 서해 섬 관광에도 전문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연구원을 통해 인천시 자체 뱃길 활성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경인아라뱃길 기능 재정립의 방향성이 뱃길 재건으로 굳을 경우 공론화위원회 결론과 궤를 같이한 시민단체·환경단체 반발도 예상된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환경부 연구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음에도 지자체들이 수년간의 공론화 과정과 결론을 무시한 채 또다시 아라뱃길 활용 논란을 키우고 있다"면서 "환경부 연구 결과를 검토한 후 기능 재정립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해 섬 관광 활성화는 아라뱃길 유람선이 아닌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접근성 개선이 우선"이라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