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 태풍 '카눈'이 오는 10일 경남 남해안에 상륙해 한반도를 관통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카눈의 위세는 중심 최대 풍속이 33㎧ 이상 44㎧ 미만으로 규모나 강도 면에서는 평이한 수준이지만, 올해 이상 기후 현상이 워낙 유별나 어떻게 돌변할 지 예측하기 힘들다. 게다가 한반도를 아래에서 위로 관통하는 예상 진로를 감안하면 소멸 때까지 태풍 피해가 한반도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국가적 대책과 대응이 절실하다.

카눈의 상륙 시기도 불안감을 더해 준다. 지난 6월과 7월 집중 폭우로 산지를 포함한 경사지의 지반이 침수로 물러지고 폭염으로 들떠 매우 약해진 상태이다. 또한 앞선 폭우로 무너진 제방들은 임시 복구된 상황이라 태풍이 동반할 집중 강우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고지대 산사태 발생 지역과 저지대 침수지역은 아직도 한창 복구 중이라 다시 한 번 같은 일이 발생하면 회복하기 힘든 2차 피해가 예상된다. 홍수피해를 예방할 인프라가 망가진 상황에서 대책 없이 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지난 7월 폭우로 인한 인명피해만 사망 48명에 실종 4명이다. 산사태로 마을과 주민들이 흔적 없이 묻혔고, 청주 궁평2지하차도에서만 14명이 인재로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기상 예보에 따라 정부, 지자체, 소방, 경찰 등 재난관리 전 부문이 대응했지만 상상을 초월한 폭우의 양상에 대책이 무책이 되고, 무질서한 대응이 인명을 앗아가는 인재를 발생시켰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인구밀집 지역인 수도권의 특성을 감안한 대책을 마련하고 대응팀을 꾸려야 한다. 특히 경사지 곳곳에 들어선 아파트 등 주택의 옹벽을 시·군·구와 협력해 오늘부터라도 현장에서 점검해야 한다. 상업지구 건물의 외장재와 간판 등 강풍에 취약한 시설물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상습 침수 지역인 저지대와 지하차도의 경우 소방과 경찰과 합동으로 현장 관찰 요원을 배치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난에 대응하는 공직자들의 의지가 절실하다. 인력이 모자라면 여름 휴가를 잠시 중단하는 특단의 조치도 필요하다. 재난 위기와 발생을 알리는 현장의 제보를 취합하고 분류해 즉각 대응하는 시스템을 모의 훈련으로 숙지해 실제 상황에서 제대로 가동할 수 있어야 한다. 올 여름 폭우와 폭염은 현실이 된 기후재앙의 징조다. 재난 대응 시스템의 전면 쇄신도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