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7월 어느 날 안성의 한 농가에서 일하던 30대 이주노동자 A씨는 휴대전화로 '폭우 피해에 대비하라'는 정부의 재난안전 문자메시지를 미리 받았음에도 저지대인 숙소에 들이친 빗물에 집기가 몽땅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한국어가 서툴러 '폭염', '피해', '대비'와 같은 단어를 이해하기 어려운 네팔 국적 A씨에게 재난안전 문자가 아무 정보를 주지 못하면서다.
#국내에 거주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20대 직장인 B씨는 지난 4일 휴대전화로 외국인 전용 재난안전 어플리케이션 'Emergency Ready App'를 내려받았지만 해당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보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3개국어로만 돼 있어 결국 아무 재난 상황이나 긴급 피난처 정보를 얻지 못했다. B씨는 "한국에 아랍어 사용자가 늘고 있는데 앱이 지원하는 언어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뿐"이라고 했으며, 방글라데시 출신 유학생 20대 C씨는 "그런 앱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주변 친구들이 잘 모른다"고 말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20대 직장인 B씨는 지난 4일 휴대전화로 외국인 전용 재난안전 어플리케이션 'Emergency Ready App'를 내려받았지만 해당 플랫폼이 제공하는 정보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3개국어로만 돼 있어 결국 아무 재난 상황이나 긴급 피난처 정보를 얻지 못했다. B씨는 "한국에 아랍어 사용자가 늘고 있는데 앱이 지원하는 언어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뿐"이라고 했으며, 방글라데시 출신 유학생 20대 C씨는 "그런 앱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주변 친구들이 잘 모른다"고 말했다.
문자 이해 못해 폭우에 숙소 잠겨
도 내 71만 외국인… 전용 재난 앱
다운 수 수 만회 그쳐·컨트롤 타워 부재
도 "명예대사 활동 정식 사업 확대 방침"
최근 대규모 인명피해를 불러올 만한 사건·사고나 폭염·폭우 등 재난재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관련 정보를 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5천145만여 명(내국인 포함)인 전체 인구대비 4.1%인 213만여 명이다. 이중 경기도에만 71만여 명, 인천엔 13만여 명이 살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인들이 평소 휴대전화로 수신하는 재난안전 문자는 내국인과 같은 한글 형태의 정보이며, 외국인들을 위한 'Emergency Ready App'의 다운로드 수도 수만 회 수준에 그치는 걸로 파악됐다.
과거 네팔에서 유학 와 지난 2016년 귀화한 뒤 의정부의 한 외국인 지원센터에 근무하는 유동준(38) 씨는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재난재해 정보를 접할 실질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에서 14년 전부터 생활한 내게도 재난안전 문자 내용은 어려운 말 투성"이라며 "근무하며 수많은 이주 노동자와 만나는 데 한국어에 서툰 경우가 대부분이라 재난재해 발생 시 대비에 취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보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국내에서 재난재해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건 물론 관련 정책을 전담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는 외국인인권지원센터와 연계한 '이주민 안전문화 명예대사'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보다 넓은 범위로 확대하거나 정부 등에서 직접 사업을 총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현재 한국어 능력과 이주민 커뮤니티 리더십 등을 갖춰 선정된 20명의 명예대사가 도내 12개 시군에서 활동하며 한국어로 된 재난재해 정보를 다른 외국인에 전달하고 있다"며 "현재 시범으로 운영 중인 사업을 관련 조례를 검토하고 보완해 내년 하반기부터는 정식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