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 값이 리터당 2천원을 넘었다. 전국 8월 첫째 주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천638.8원으로 전주 대비 39.5원 상승했다. 경유는 리터당 1천451.4원으로 전주에 비해 39.6원 올랐다.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수요증가가 결정적인데 계절적으로 6∼10월은 미국의 최대 휘발유 수요기간인 '드라이빙 시즌'이다.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이 줄고 있다는 점도 국제유가를 끌어올렸다. 중국경제의 회복조짐도 유가 인상을 압박하기에 충분하다. 중국의 지난달 경기선행지수(100.8)는 전월 대비 0.25포인트 올랐다. 세계석유 공급제한은 설상가상이다. 최근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감산을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주요 산유국협의체인 OPEC+의 동반감산 기조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러시아전쟁 장기화로 원유공급망 차질도 계속되고 있다. 바닥을 드러낸 미국의 전략비축유도 관건이다. 미국정부는 국제유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상최대인 1억8천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풀었는데 이제는 다시 빈 탱크를 채워야하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국제유가가 내년에는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인상은 서민들의 근심에 근심을 더한다. 지난달 17일 러시아가 흑해곡물수출협정 중단을 선언해 밀, 옥수수, 대두 등의 국제 곡물가격이 다시 치솟는 상황이다. 팜유 가격도 전월 대비 13% 이상 상승했다. 전기료와 최저임금 인상에다 조만간 전국의 대중교통요금도 줄줄이 오를 예정이다. 여기에 유가 인상이 추가되면 서민들은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한다.

유류세 인하종료 여부에 정부의 고민이 깊어 보인다. 정부는 2021년 11월 유류세를 20%, 작년 5월에는 30%, 7월에는 37%까지 인하했다. 올해부터 휘발유 인하폭을 25% 축소하고 지난 4월에는 이번 달(8월)까지 4개월 더 연장했었다. 문제는 올해 세수부족이 최대 50조원에 달할 전망인 것이다. 그러나 고유가, 고곡가는 경상수지 부담은 물론 물가를 자극해서 정부가 학수고대하는 '상저하고'(상반기에 저조한 경제가 하반기에 반등) 염원은 물 건너갈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의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 발표가 임박했다. 최대명절 추석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