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 대책으로 제3의 감리 기구 도입을 검토하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 옥상옥에 그칠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해결책에 대해선 이해 관계에 따라 서로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감리 기능 강화를 위한 별도의 기구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중앙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제3의 감리 기구를 따로 편성해 공사 현장에서 감리를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오는 10월 발표될 '건설 이권 카르텔 혁파' 대책에 담길 예정이다.

배경엔 철근 누락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제기된 부실 감리 문제가 있다. 감리는 공사의 주요 단계마다 설계대로 시공되는지 확인하는 업무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시정 또는 공사 중지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이번 철근 누락이 확인된 LH 아파트 단지의 경우, 설계 및 현장 감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부실 시공으로 이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부, 10월 대책에 감리 기구 편성
건축구조기술사·건축사·감리사 각각
법 개정·인력 충원·처우개선 의견 피력

관련 업계에선 제3의 감리 기구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현재 업계에 전문 인력이 부족한데다 감리 업무를 하더라도 권한이 적어, 별도의 감리 기구를 신설해봤자 개선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감리사들 중엔 전문성이 부족한 공공기관 퇴직자 등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건축구조기술사들은 대안으로 건축 설계와 공사감리자 자격이 모두 건축사로 한정된 현행 법의 개정 필요성을 주장한다. 건축사들이 설계부터 감리까지 독점하다 보니 제대로 된 감리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건축사들은 건축구조기술사들의 이런 현행 법 개정 요구가 건축구조기술사들이 업역을 확보하기 위한 주장이라고 판단한다. 진심으로 전문성을 높이려는 취지라면 건축구조기술사 인력 수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안태상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설계와 감리를 건축사가 도맡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다. 현재는 건축사가 전문적이지 않은 감리사를 값 싸게 고용해 설계만 확인하게 하는 구조"라며 "현대 건축은 건축, 구조, 설비, 전기, 소방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외국처럼 분리 발주 등을 시행해 문제점을 해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내수 대한건축사협회 경기도건축사회장은 "구조기술사들 말에 따르면 이들은 전국에 1천400명밖에 없다. 감리를 제대로 하려면 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데 1년에 20명밖에 뽑지 않는다"며 "이런 수급 불균형 상황을 해소한 후에 법 개정 요구를 하는 게 맞다. 지금의 요구는 사실상 업역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감리사들은 감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수십 년 동안 감리사로 근무 중인 A(50대)씨는 "경력이 10년은 돼야 철근 누락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철근 감리 인력은 고령의 퇴직자에다가 전문성도 없다"며 "그동안 건축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업무량은 늘었는데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그마저도 공사가 끝나면 해고하거나 임금이 적은 재택 근무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 다들 못 버티고 떠났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부실 감리는 영원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