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의 '술잔 투척 논란'은 민선 8기 김동연 지사 체제 출범 후 김 지사를 가장 곤혹스럽게 한 사건이었다. 여야 동수의 경기도의회는 원 구성조차 하지 못했고 이에 야당인 국민의힘과의 협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는데, 이 문제로 급속한 냉각기에 빠졌다.
1년 전에도 '술 잔 투척'에 대한 진실공방 속에 당시 야당 대표였던 곽미숙 의원이 김 전 부지사를 특수협박 및 특수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며 김용진 부지사는 경기도를 떠나게 됐다.
이런 가운데 김 부지사가 무혐의 결정을 토대로 1년 전 상황을 재구성해 법적 조치까지 거론하며 반격을 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은 이 문제가 경기도와 도의회 협치 관계와 내년 총선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른 두 정치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하고 있다.
"김동연에 부담 주고 싶지 않았다"
명예훼손·손배 등 법적 대응 검토
곽 "던진 행위는 명백" 주장 반박
사건 당일 밤 급박한 사과 비판도
■ 명예회복을 위해 이제라도 사실을 밝혀야겠다
="약한 모습 보이지 마세요. 강을 건넜으면 뗏목은 버려야 합니다. 뗏목은 또 쓰임새가 필요한 시기가 언젠가는 반드시 올 것입니다. 그때 쓰시면 됩니다. 대통령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던 김동연을 기억합니다." 김용진 전 경기도 경제부지사가 공개한 지난해 사퇴 결심 당시 김동연 경기도지사에게 보낸 메시지다.
김용진 전 부지사는 10일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경기도정에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당시 사퇴를 결심했다고 했다. 김 전 부지사는 문자 메시지로 김 지사에게 '나를 버리시라'고도 했다.
그는 "제가 경기도 부지사를 하기로 한 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저 때문에 (김동연 지사에게)도움은 커녕 부담이 생긴다니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을 던지기로 한 겁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전 부지사가 밝힌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해 7월27일 용인시 기흥구의 한 음식점에서 김 전 부지사와 남종섭 대표, 곽미숙 대표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비공개 회동을 했다.
김 전 부지사의 맞은편에 곽 대표가, 옆자리에 남 대표가 앉았다. 도의회 원 구성 관련 얘기를 나누던 중 언쟁이 김 전 부지사와 남 대표 사이에서 불거졌다. 두 사람이 탁자를 내리쳤고 분위기가 싸해지자, 곽 대표는 음식점을 떠나 고양시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김 전 부지사는 "그 자리에서 곽 대표와 언성을 높이거나 이런 것은 없었다. 임명 첫날부터 싸우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나. 곽 대표가 갑자기 떠난 뒤 (곽 대표에게)통화를 시도하면서 고양까지 따라갔다"며 "곽 대표한테 마음을 가라앉히고 잘못했다 사과했다. '꼭 드리고 싶은 말도 있고 듣고 싶은 말도 있다'고 말한 뒤, 이틀 뒤 둘이서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기로 약속도 다시 잡았다"고 말했다.
김 전 부지사는 이렇게 상황이 마무리된 줄 알고 집으로 귀가했다. 하지만 다음날 상황은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김 전 부지사가 비공개 회동에서 곽 대표한테 술잔을 던졌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곽 대표는 김 전 부지사를 만나지 않은 채 김 전 부지사를 특수협박, 특수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는 주장이다.
김 전 부지사는 "이제라도 사실을 밝히고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 명예 훼손을 비롯해 지난 1년간 경제부지사를 내려놓게 되면서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 허위사실로 정치적 행위를 하고 있다
=곽미숙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김 전 부지사의 주장에 반박했다. 특히 "술잔을 던진 행위는 명백한 사실"이라며 "김 전 부지사가 논쟁 도중 흥분해 갑작스레 제가 앉아 있는 방향(테이블)으로 술잔을 던졌고, 제 앞에 놓여 있던 접시가 이에 맞아 깨지면서 파편이 저를 향해 튄 것이 당시 사건의 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식사가 진행된 방에는 별도의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정황을 확인할 영상이 확보되지 못했으며, 저는 술잔이 깨진 직후 곧바로 자리를 떠났기에 깨진 술잔의 파편들 또한 사건 직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 됐을 뿐, 김 전 부지사가 저지른 폭력적 행위에 대한 완전한 면죄부로 해석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건 직후 김 전 부지사가 거듭 일방적 사과를 위한 통화를 시도했다며, 제3의 인물을 통해 '사과하고 싶다, 집 앞으로 찾아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까지 했는데 상호 간에 아무 일도 없었다면 김 전 부지사는 굳이 왜 사건 당일 밤 급박하게 저의 집 앞까지 찾아오겠다며 사과를 시도하려 했는지, 이치에 맞지 않다고도 했다.
곽 의원은 "시점상 김 전 부지사의 사과 요구는 자신의 정치적 진로 모색을 위한 면피성 행위에 불과하다는 판단"이라며 "지금에 와서 사실을 호도하며, 말도 안 되는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자신의 불명예를 덮어보려는 정치적 행위로 밖에는 해석이 되지 않는다. 허위 사실로 재차 논란을 양산하는 일을 하루속히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신지영·신현정·고건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