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가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끝으로 폐막했지만 태풍으로 결국 대회는 끝까지 새만금에서 일정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태풍이 아니더라도 6년동안 1천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이번 대회는 후진국에서조차 일어날 수 없는 부실한 대회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10위권 경제대국의 국격과는 거리가 먼 참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새만금을 철수한 이후 국가 전체가 동원되다시피 해서 참가자들을 분산 수용했지만 국가적 신뢰의 상처와 이미지 손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실의 원인을 두고 정치권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간에 책임공방이 벌어졌지만 어느 기관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네탓' 공방에 열을 올렸다. 향후 감찰과 수사가 진행되겠지만 전 정권과 현 정권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전라북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역시 따져봐야 한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안이한 대처와 중앙부처, 관련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 역시 책임을 묻고 처벌받게 해야 한다. 잼버리 견학을 명분으로 간 해외연수국은 잼버리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차분히 책임 소재를 따지고 책임질 인사와 기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 때 책임지는 고위공무원은 한 명도 없었다. 폭우로 인한 오송 지하 참사에도 역시 책임지는 인사가 없다. 이러한 연장에서 새만금 잼버리대회 역시 조직위원회에 현 정부의 장관 세 명이 공동위원장이면서 누구 하나 대회를 점검하고 책임의식을 느끼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앞으로 책임을 규명하는 작업이 진행되겠지만 또 다시 윗선은 다 빠져나가고 실무선에서만 책임을 지는 비정상적이고 부정의한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후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책임을 정확히 묻고 공직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할 때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잼버리대회의 난맥은 국정 전반에 걸친 시스템에 중대한 하자가 생기고 있다는 반증이다. 비단 이번 대회뿐만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적대적 행위들에서 정치는 물론이고, 사회와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엄중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번 대회의 난맥과 최근의 비정상적 상황들을 계기로 한국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