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도 냄새난다고 문자까지 올 지경입니다."

화성시 남양읍에서 돼지 4천마리를 키우는 농장주 김모(46)씨는 시도때도없이 날아오는 이웃 주민의 '악취' 관련 문자에 시달린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아버지에 이어 40여년 간 한 자리에서 농장을 일구면서 민원이 날아오기 시작한 건 10년 전쯤 농장 주변에 공장이 들어서면서다. 김씨는 "농장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시청을 통한 민원뿐 아니라, 개인번호로까지 항의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며 "냄새를 줄이고자 백방 노력해도 농장 시설이 오래된 문제도 있어서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시청 통해서… 개인번호로도 항의
"땅값 내려가니 나가달라" 요구도
보성서 농장주 시달리다 극단선택

냄새 원천차단할 뚜렷한 해법 없어
과태료 부과하고 저감 노력 권고뿐

악취 민원을 견디지 못해 전남 보성의 한 돼지 농가주가 극단선택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유사한 민원에 시달리는 축산업계 종사자들의 울분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14일 대한한돈협회에 따르면 보성에서 돼지 농가를 운영한 A씨는 최근 주변의 악취 민원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 축사에 대한 악취 민원은 지난 5월부터 수차례 지자체에 접수됐다. 보성군은 현장점검에서 심한 악취는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반복된 민원을 고려해 A씨에게 냄새 저감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서에 '이제까지 열심히 살아왔는데, 민원제기로 너무너무 힘들다'는 내용을 남겼다.

경기도 내 축산농가 대다수도 악취 민원을 달고 사는 형편이다. 가평군 가평읍에서 소와 돼지 등을 사육하는 이모(50)씨는 "동네 사람들에게 냄새로 사과를 구하는 것쯤 괜찮은데, 생전 보지도 못한 '업자'들이 찾아와서 '땅값 내려가니 나가달라'는 민원을 넣을 때도 있다"고 했다. 화성 송산면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민모(40)씨는 "민원 넣는 것까지야 이해하겠다. 시청에서 농장 주변 공기를 포집해도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데도, 집요하게 민원을 넣는 사람은 '악성'이 아니고 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화성 관내 한 돼지농가 상대로 187건의 악취 관련 민원이 쏟아지기도 했다는 게 화성시 관계자 설명이다.

문제는 축산농가를 둘러싼 악취 민원을 해소할 정부 차원의 이렇다 할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농림부를 비롯해 자치단체들이 악취 저감 시설, 분뇨 정화처리 시설의 설치 비용을 분담하는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축사 밖으로 빠져나가는 냄새를 원천 차단할 수 없고, 민원인 제각각의 '악취 민감도'가 달라서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설 개선사업을 통해 노후 축사가 냄새를 줄이는 것을 돕고, 민원이 있으면 현장 점검을 나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고 악취가 나는 작업을 할 때 관련 시설을 활용해 (악취 저감을 위해) 노력을 해달라고 권고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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