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를 끝내고 주권을 되찾은 광복 78주년에 정치권은 국가적 기쁨을 전하기는커녕 전혀 다른 세계관으로 부딪히며 우리 사회에 혼란을 더하고 있어 가치 정립이 절실해 보인다.
핵심은 대북·대일 관계에 대한 태도인데, 보수정권에서 각각 압도할 대상·손잡을 친구로, 진보 야권에서는 각각 통합의 대상·갈등적 관계로 인식하고 있음이 정치권의 광복절 메시지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尹 '압도할 대상·파트너' 표현에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파트너'로, 북한을 '압도할 대상'으로 명명한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자유 연대 운운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에 따른 동북아 긴장 고조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대통령을 보며 우려를 금할 길이 없다"며 "도대체 우리와 일본이 공유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공동의 이익은 무엇이냐. 일본의 입장을 강변하는 대통령을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최민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서 일본의 과거사 부정 망언이 윤 대통령 때문이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자국의 독립 기념일에 가해국을 두둔하고 자국민을 비방하고 있으니, 일본이 우습게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비꼬았다.
민주 "동북아 긴장고조 못 느낀 듯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끝없이 추진"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드러낸 인식과 전혀 다른 세계관은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의 경축사에서도 나타났다.
박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진정한 광복을 위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끈질기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길게 언급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경제 도약의 전제조건이며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 발전의 기초"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며 남북분단, 대북관계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갈등,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양극화와 불평등을 '어두운 그림자'로 꼽았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토양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어 박 원내대표는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통일국가를 우리 사회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우리 사회 내부의 대북 대일 관계 인식의 격차를 토대로 성찰이 절실함에도 이날 윤 대통령이 던진 '반국가세력'은 여야를 성찰 대신 '전쟁'으로 내몰았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공산전체주의 세력이 민주주의·인권·진보주의 운동가로 위장,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는다는 대통령의 말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없었다. 극우 유튜버나 아스팔트 우파 같은 독백만 있었을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정의 "통합의 광복절 의미 퇘색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온 민족이 똘똘 뭉쳐 나라를 되찾은 날, 국민들을 적과 아로 나눠 상대를 섬멸해야 한다는 섬뜩한 말을 대통령에게 듣는다. 통합의 광복절 의미가 퇴색했다"고 일갈했다.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