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가 3주 만에 다시 판교 일대 거리에 섰다. 경영 실패에 대한 경영진의 사과를 요구했던 1차 집회(7월27일자 12면 보도=잇단 희망퇴직·고용불안… 카카오 노조 '단체행동') 이후에도 별다른 상황 변화와 소통이 없자 2차 집회를 연 것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이하 노조)는 17일 낮 12시께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에서 2차 집회를 열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XL)게임즈 사옥을 순회하는 거리 행진을 진행한 참석자 200여명은 검은색 옷을 입고 '책임·소통·사과'라고 쓰인 종이가 붙은 양산을 쓴 채였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겨냥해, 행진 내내 가수 김범수씨의 대표곡 '보고싶다', '나타나', '제발' 등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앞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계열사가 구조조정 등에 나서자 지난달 26일 노조는 판교역에서 1차 집회를 열어 경영진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고 구조조정도 계획대로 이뤄져, 3주 만에 2차 집회를 열게 됐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노조에 따르면 구조조정 대상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직원들은 사내 전환 배치와 희망퇴직 절차를 마쳤다.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엑스엘(XL)게임즈는 향후 권고사직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회사가 경영난을 겪으며 직원을 해고하고 있지만 지난해 카카오의 전임 CEO 2명은 합쳐서 700억원을 받았다"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모든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감사 요구 서한을 카카오에 전달할 것이다. 회사가 우리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다른 방식으로 단체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영진, 사과 요구에도 묵묵부답
구조조정도 강행돼 2차 단체행동
매출하락 악재 겹쳐 직원들 실망
이날 집회 현장에서 만난 카카오 직원들은 카카오에 악재가 이어지는 점에도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 2분기 카카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3.7%보다 감소한 1천13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4개 분기 연속 하락세다.
또 최근 금감원은 카카오 아지트와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카카오 최고 경영진이 SM엔터 주가 시세 조종에 관여한 의혹 때문이다.
집회에 참여한 카카오 본사 소속 A(30)씨는 "회사는 그동안 계열사를 많이 늘려왔으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전혀 책임지지 않고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 직원들을 비용 감소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번 집회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추가적인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며 "노조와의 대화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