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정상이 지난 18일 미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을 채택함으로써 역내 안보·경제현안에 공동 대응하는 3국 협의체가 공식 출범했다.

안보와 경제, 정보와 기술 등 중요 분야의 협력 방안을 문서로 제도화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그간 정치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었던 3국간 협의가 공조시스템을 통해 정형화됨으로써 안보, 경제, 기술을 망라해 전방위적 협력 틀을 갖추게 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면서 글로벌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3국 협의체가 새로 탄생한 만큼 세계 질서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고된다. 한반도와 동북아에 국한됐던 한미일의 영향력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삼각협력 체제가 어느 정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지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우리로서는 국익에 도움이 될 많은 기회를 얻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주어진 기회가 큰 만큼 우리의 외교역량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미·일과 북·중·러와의 대립 구도는 더욱 뚜렷해졌다. 이는 우리에게 큰 과제가 주어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미·일의 연대는 강화됐지만 역내 현안에 대한 인식과 해법은 3국이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3년 넘게 개점 휴업 상태였던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과 경기 평택항이 중국관광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한 게 불과 20여일 전이다. 중국이 한국행 단체여행을 허용한 후 전국적으로 '유커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긴장국면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에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중국의 반발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이 절실해진 것이다.

러시아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인천시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시는 교류 협약을 맺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각자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인천)과 '인천광장'(상트페테르부르크)을 조성했다. 인천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의 도시와 교류하는 자치단체들이 적지 않다. 이들 도시의 우호관계에 금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본과 안보협력을 강화하되 군사대국화는 경계하는 것도 외교적 과제로 떠올랐다. 3국 협의체 출범이 우리의 외교역량을 크게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