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잇따르는 이상동기 범죄, 표류하는 공교육 등 대형 이슈가 대한민국을 달구고 있으나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입은 굳게 닫혀있다.

최근 대한민국을 들끓게 하는 이슈는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전방위적으로 걸쳐 있다. 우리 헌정사에 국민보건, 치안, 교육 등 국가를 유지하는 주요 축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흔들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요즘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최대 현안은 단연 오염수 방류 문제다. 현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국민적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오염수 방류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된 상황에서 현실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할 시점이지만 정치권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정쟁으로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면서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어민들의 시름은 깊어만가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현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의 메시지 한 토막 듣지 못했다.

치안 문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이상동기 범죄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지만 정부의 치안대책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방 인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놓았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는 '의경 부활' 계획이 대표적 사례다. 임기응변식 처방이 아니냐는 지적 속에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일언반구 말이 없다.

백년지대계인 교육 분야에서도 국정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다. 서울 서이초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이 집단 연가 등을 통한 '공교육 멈춤의 날'을 예고하는 등 교육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으나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보건, 치안, 교육, 국방은 국가의 존립 기반이다. 이들 존립기반 자체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대한민국호의 정상운항을 위해 선장의 역할이 더욱 절실해졌다. 그런데 지금은 배 곳곳에서 물이 새는데 항해사, 기관사만 보일 뿐 정작 선장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그냥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과 소통해야 그나마 더 큰 균열을 막을 수 있다. 국민들은 오염수 후속대책과 국민의 안전한 삶에 대한 구상, 공교육 정상화 방안 등을 대통령의 입을 통해 듣고 싶어한다. 진정성 있는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