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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입법권의 한계와 확대 방안 연구'를 주도한 인천시의회 입법정책담당관실 채민예 주무관. /인천시의회 제공

인천시의회 직원이 자치입법권의 한계를 분석한 연구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천시의회 입법정책담당관실 채민예 주무관은 최근 '자치입법권의 한계와 확대 방안 연구'를 주도해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29일 발행되는 '인천학연구' 제39호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는 인천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임조순 수석전문위원과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전문위원실 강상원 수석전문위원 등도 참여했다.

채민예 주무관은 이번 논문에서 헌법과 지방자치법상 자치 사무의 범위를 늘리고, 자치 입법 권한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상 법령 우위의 원칙, 소관 사무의 원칙, 법률 유보의 원칙 등의 이유로 지방자치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채 주무관은 "상위법을 위배하면 안 된다는 한계 때문에 조례가 지역 현실에 맞지 않게 제·개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상위법만을 잣대로 삼으면 지방자치가 실현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채 주무관은 그 근거로 '인천시 지하도상가 관리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이하 지하도상가조례 개정안) 사례를 제시했다. 인천시는 지난 2002년 지하도상가 관리·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점포의 양도·양수·전대를 허용했다. 그러나 2006년 상위법(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지하도상가 점포 양도 등은 전면 금지됐고, 재임차는 불법이 됐다.

지하도상가·정당현수막 문제 거론
지역현실 맞지 않게 제·개정 많아
분권 가속화… "사무·권한 확대를"

인천시는 상위법에 맞춰 2020년 지하도상가 점포의 양도·양수·전대 등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했고, 이 과정에서 점포주 등의 반발이 일자 2022년 1월30일까지 유예 기간을 뒀다. 인천시의회는 점포주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예 기간을 '2025년 1월30일까지'로 늘려야 한다고 보고, 관련 내용을 담아 지하도상가조례 개정안을 공포했다. 그러나 인천시와 행정안전부는 상위법에 위반된다며 해당 개정안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인천시·행안부의 손을 들어줬다.

채 주무관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법령 우위의 원칙에서만 조례 제정이 가능한 자치입법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인천 지하도상가 점포주(상인)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지역의 특별한 실정에 맞춰 조례를 개정할 필요가 있음에도 자치입법권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다.

채 주무관의 주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당현수막 문제에도 적용된다. 인천시는 지난 6월 정당현수막 난립을 방지하는 내용의 조례를 전국 처음으로 시행했다. 행안부는 '상위법에 위임 조항이 없어 지방자치법에 위반되는 조례'라며 인천시를 대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채 주무관은 "지방자치가 정착되고 자치분권이 가속화하면서 자치입법권이 주민 생활과 지방행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며 "지방자치의 조례 제정권 강화, 조례 제정 대상 사무와 위임 내용 확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입법 분담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