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흉기난동에 커지는 불안감
서울 관악구 신림역,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등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이 잇따르며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오후 경기 부천시 호신용품점 네오플렉스에서 직원이 가스총, 전기충격기, 삼단봉, 스프레이 등 호신용품을 꺼내보이고 있다. 2023.8.4 /연합뉴스

 

부천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27·여)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누르면 3m 전방까지 후추액이 발사되는 호신용 스프레이를 구매했다. 최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흉기 난동 범죄에 대비하기 위해 호신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느껴서다.

박씨는 "순식간에 범죄가 벌어지다 보니 대비 차원에서 구매했다. 주변에선 기초 호신술을 배우기도 한다"면서도 "가지고 다니면 안심은 되지만 범죄자도 이런 호신용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 다른 대비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으로 호신용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무분별하게 판매되는 호신용품이 또다른 범죄에 이용될 수 있어 구매자 등록제 등 구매에 대해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흉기 난동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호신용품 소비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3일까지 12일 동안 쇼핑몰 업체 인터파크의 호신용품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123%, 전월(6월 22일∼7월 3일) 대비 399% 증가했다. 같은 기간 11번가에서도 호신용품 거래액은 202% 늘어났다. 호신용 스프레이, 경보기, 삼단봉, 호루라기 등이 판매량 상위에 올랐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호신용품은 쇼핑몰에서 쉽게 구매 가능하다. 소지 시 경찰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호신용품 대상이 적어서다. 국내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신고 대상 호신용품은 총포, 도검, 화약류, 분사기, 석궁 등이다. 전기충격기는 3만 볼트 이상일 때만 신고하면 된다. 너클이나 삼단봉, 호신용 스프레이 등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신고 대상 품목 적어… 규제 필요
'신림동 사건' 등 최근 잇단 악용
"해외선 너클 등 불법무기 분류"


문제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 호신용품이 범죄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뒷산 등산로에서 최윤종(30)이 범행에 사용한 도구는 금속 너클이었다. 지난 24일에도 인천시 남동구에서 너클을 낀 채 또래를 폭행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2021년 남양주시에선 시비가 붙었다는 이유로 주머니에 소지하던 최루액 스프레이를 꺼내 들어 상대방 얼굴에 분사하고 너클로 피해자의 손목을 가격했다.

전문가들은 구매자 등록제 등 호신용품 구매 시 규제나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이나 유럽 등 국가에선 정당방위 수준을 넘어 상대방을 위해할 가능성이 높은 호신용품에 대해선 소지, 구매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해외에선 너클 등을 불법 무기로 분류한다"며 "구매자 등록제 등 소지나 구매에 제한 요건을 둘 필요가 있다. 등록제에서 그칠 게 아니라 소지자 불시 검문 등을 통해 호신용품을 호신 목적으로만 사용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