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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성남시의 솔로몬의 선택이 처음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 올라온 비판 기사들의 제목들. /네이버 뉴스 캡쳐

"혈세로 헛짓한다" "노력 없이 만드는 성과를 위한 이벤트" "저출산 효과에 의문"

지난 5월, '솔로몬의 선택' 사업을 열겠다는 기사가 나오자마자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성남시 저출산대책팀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맞는 길일까." 강미정 성남시 저출산대책팀장도 머리를 싸맸다. "사업을 시작할 때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시대착오적이라는 이야기도 들었구요."

고민이 깊어졌지만, 그래도 청년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미리 포기하지 말라, 만남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강 팀장은 "힘들고 팍팍한 사회생활,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강하고 워낙 바쁘다보니 요즘 청년들이 '만남'조차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게 저출산 대책의 출발점이라고 봤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성남시 저출산대책팀은 믿었다. 일단 직접 만나기만 하면, 단순히 1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을 것이란 걸. 강 팀장은 "행사에서 만난 이들끼리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구축되고 서로 관계를 이어가는 선순환이 될 것이고, 행사의 내용도 그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행사의 이름이 솔로몬의 선택이 된 것도 그런 연유다. 김진호 성남시 저출산대책팀 주무관은 지혜로운 왕으로 유명한 솔로몬과 혼자를 뜻하는 솔로를 따 "지혜롭게 선택하는 솔로라는 뜻으로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여론 비판 끊이질 않았던 사업 시작 전
저출산대책팀, 만남 기회 제공 의지 ↑
39쌍 커플 탄생·뉴욕타임스서 주목해

재직증명서 제출 등 지원자 철저한 검증
1대1 대화·게임·식사·쿠폰 통해 호감 표시
행사 이후 '애프터 모임' 활발… 연인 발전

"시 정부의 도움으로 사랑을 찾다(Seeking love with help from the city government)"

한국 언론엔 혹평을 받았는데, 생각지 못했던(?) 뉴욕타임스에선 '사랑의 메신저'로 주목을 받았다. 저출산과 결혼, 그리고 이성 간의 만남을 하나의 고리로 보고 정책을 추진한 것을 흥미롭게 본 것이다. 시대착오적이라 미리부터 욕을 먹었던 솔로몬의 선택은 실제로 지난 7월 2일과 9일, 양일간 시범사업으로 열렸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총 1천188명의 청춘들이 지원했고 39쌍 커플이 탄생했다. 혹시 잘 안될까 싶어 2번만 진행하려던 시범사업은 올 연말까지 3차례나 추가로 준비돼있다. 연애도, 결혼도 귀찮다는 게 요즘 청년들의 단면이라고 떠들었지만 실상은 청년들도 이성을 만나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며 소통하고 싶었을 지 모른다는 가설을 어느 정도 증명한 셈이다. 특히 '저출산 대책'의 일환인 만큼 보다 진지하게 서로를 알아가고 만남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행사의 구성을 짜는 데 총력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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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9월 23일 개최되는 솔로몬의 선택 포스터, 뉴욕타임스 기사. /성남시청 제공

"맘에 들면 커피 쿠폰으로 호감을 표시하세요"

참여조건은 일단 1985년생부터 1997년생까지 성남에 거주하는 직장인 혹은 성남에 직장을 두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그렇다고 무턱대로 다 받을 순 없다. 저출산-결혼-연애의 삼중고리를 완성해야 하는 만큼 '믿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충족해야 했다. 김 주무관은 "현재 다니는 직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재직증명서 등 서류를 꼼꼼히 살폈다"고 밝혔다.

일단 행사의 시작은 연애 코칭 강연부터 출발한다. 소개팅으로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한 '그 시간'을 전문 연애 코칭 강사가 나서 긴장감을 풀어주는 셈이다. 강 팀장은 "모두 처음 만나기 때문에 어색한 분위기를 환기 시키는 차원인데, 자연스럽게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서로 간의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구성했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나고 남성 참여자가 테이블을 옮겨가며 여성 참여자와 1대1 대화를 나눴다.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주는 것. 설령 대화를 하지 못한 상대가 있더라도 괜찮다. 대화 이후 조별 게임과 식사가 이어지면서 거의 모든 이성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 중 정말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다면 개인당 3장이 주어지는 '커피쿠폰'을 건네주며 관심을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장장 5시간의 소개팅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호감이 가는 3명을 1~3순위로 매겨 제출한다. 그렇게 서로 1~3순위 지망에 동시에 들어가면 '커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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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행사가 끝난 후 참가자들도 대부분 만족했다. "아는 사람의 소개는 부담스럽지만, 이 행사는 그렇지 않다" "결혼정보회사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 무료라서 좋다" "검증된 분만 참여해 신뢰가 높다.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등 호평이 이어졌다. 


시범사업으로 2번만 딱 진행한 솔로몬의 선택이 끝난 후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자발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다. 각 모임별로 조장을 뽑고 전체 회장도 뽑아 단체 채팅방에서 활발하게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성남시 저출산대책팀의 예상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심지어 이런 '애프터 모임'에서 뒤늦게 커플이 돼 연인으로 발전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강 팀장은 "성남시에선 모니터링만 할 뿐 이후 상황에 대해서는 절대 개입을 안 한다"고 웃었다.

세금낭비라고 놀림 받았던 솔로몬의 선택은 저출산 대책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이 될 수 있을까. 다음 솔로몬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공지영·김대훈기자 kdh2310@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