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기업 '한국와이퍼' 노사가 1년 넘게 지속된 갈등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와이퍼 노사는 회사 청산 이후 노동자들의 재고용 지원을 위한 고용기금 마련에 합의했다. 회사의 일방적 청산으로 하루 아침에 생계를 잃게 된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 결과이다. 노사합의로 문제를 해결한 점은 다행이지만, 국내에서 사업 중인 외국계 기업 고용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제도 보완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최근 고용노동부와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 등은 한국와이퍼와 '사회적고용기금'을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회사가 기업 청산을 시작한 지 1년 1개월여 만이다. 한국와이퍼가 기금을 내 실직노동자의 생계지원과 재고용 및 직업교육 등을 돕게 된다. 이로써 한국와이퍼의 일방적 청산 통보로 대량해고 위기에 놓였던 수백 명의 노동자가 사회적 고용기금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외국계 투자기업의 '기획 청산' 등 경영 횡포에 침해 당한 노동자의 권익을 정부와 노조 등 국내 연대로 지켜내는 선례로 의미가 있다.

노동자들이 생계지원과 재고용 등을 위한 '사회적 고용기금'을 쟁취한 것을 두고, 해고 위기 노동자 보호 방안에 대해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들 노동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처음부터 노동운동으로 만난 사이가 아니다. 이들은 노동조합의 끈을 잡아 거리로 나섰고,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었다. 노동조합은 세 차례에 걸쳐 한국와이퍼와 덴소코리아의 모회사가 있는 일본으로 가 항의하기도 했다. 설비 반출과 노동자들을 끌어내려 하는 경찰과의 대치를 수개월 동안이나 했고 이 과정에 여러 노동자가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외국인투자(외투)기업과 자본의 '먹튀' 청산을 온전히 노동운동만으로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외국계 기업의 '먹튀 청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 법 등 제도정비가 절실하다는 현장의 호소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치권에서는 외국계투자 기업이 무분별하게 노동자를 강제 해고하고 청산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외국인투자 촉진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도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외국계 기업 사업장 노동자들이 있다. 외국계 기업의 '먹튀'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 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