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처럼 친근한 선생님이셨는데…"
4일 오전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근처에서 만난 학생들은 숨진 체육교사 A(60대)씨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3학년 B군은 "학생 모두를 편하게 해주는 삼촌이나 할아버지 같은 분이셔서 직접 수업을 들은 적이 없어도 잘 알던 선생님"이라고 했다. 함께 만난 C군도 "수능을 앞둔 3학년 학급이라 크게 들썩이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학생들과 워낙 가깝게 지냈던 선생님이었기에 다들 충격을 크게 받았고, 무서움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근처에서 만난 학생들은 숨진 체육교사 A(60대)씨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3학년 B군은 "학생 모두를 편하게 해주는 삼촌이나 할아버지 같은 분이셔서 직접 수업을 들은 적이 없어도 잘 알던 선생님"이라고 했다. 함께 만난 C군도 "수능을 앞둔 3학년 학급이라 크게 들썩이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학생들과 워낙 가깝게 지냈던 선생님이었기에 다들 충격을 크게 받았고, 무서움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학교 앞 개인명의 적힌 조화 행렬
'지켜주지 못했다' 학생·교사 쪽지
정년 1년 앞 피소… 생전 불안 호소
극단선택 잇따라 교권 분노 커질듯
정년을 1년 앞둔 A씨가 숨진 사실이 알려진 다음 날, 고인이 재직했던 학교 현장은 이른 오전부터 차분한 추모 분위기가 역력했다. 학교 정문 앞에서는 교사 개인 명의의 수십여 조화가 잇따라 도착해 인도 한쪽 면으로 행렬을 이뤘고, 교직원과 학생들이 남긴 쪽지(포스트잇)들도 벽 한 켠에 모여 부착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학생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쪽지에는 "6~7개월동안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께서 저희 체육시간을 맡아주셔서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수업 받았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 힘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부디 가신 곳에선 행복하시길 바란다"는 글귀가 적혀 있다.
다른 학생으로 추정되는 쪽지에는 "선생님 항상 밝은 미소로 인사해주시고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며 "선생님께 체육수업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행복했다"고 적혀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마찬가지로 학생으로 추정되는 쪽지에는 "항상 애제자는 다르다고 칭찬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는데 막상 저희는 선생님의 아픔의 귀 기울이지 못해 죄송하다"며 "제 마음 속에 영원한 멋진 선생님, 아픔과 고통 없는 세상에서 평안하시기를 기도드린다"고 애도를 표했다.
동료 교사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이날 '공교육 멈춤의 날'로 연차를 내고 오후 1시께 현장을 찾은 용인지역 초등교사 안모(40대)씨는 "안타깝게 숨진 선생님들처럼 모든 교사들이 아픔을 참고 아이만을 생각해 교직에 나서고 있다"면서 "교사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이런 비극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본인을 용인의 초등교사라고 소개하는 한 쪽지는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우리가 당신입니다"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후배 교사라고 자칭한 한 쪽지는 "그토록 오래 사랑해오셨을 교직을 그렇게 한 순간에 떠나셨다니 너무 가슴아프다"며 "그저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A씨는 생전 학부모로부터 형사 고소를 당해 경찰 조사 절차와 동시에 경기도교육청의 감사가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6월 A씨가 학교 체육 수업 시간에 자리를 비운 사이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이 찬 배구공에 맞아 크게 다쳤다. 이로 인해 부상을 입은 학생의 부모가 공을 발로 찬 학생과 A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지난 7월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지난달 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고소장 내용을 확인한 뒤 수일 내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유족 측은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최근까지 극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 양천과 전북 군산에 이어 최근 나흘동안 교사 3명이 극단적 선택으로 숨지면서 교사들의 추모 분위기와 교권 보호 목소리는 이어질 전망이다. A씨에 앞서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데 이어, 지난 1일 전북 군산에서도 초교 교사가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교사노조는 A씨가 재직한 고등학교 앞에 헌화대와 추모공간을 설치해 운영할 방침이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