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관련 부동산을 보유·매수할 경우 자진 신고해야 하는 LH 임·직원들이 미공개 정보·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부동산을 거래하고도 자체 조사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5일 오전 'LH 임직원 투기 방지 혁신안 이행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2년 전 이른바 'LH 사태' 이후 LH 혁신을 위해 다양한 제도 개정이 이뤄졌다. 그 중 하나가 LH 임직원이 직무 관련 부동산을 보유·매수할 경우 자진 신고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경실련이 LH에 이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을 때 LH는 부동산 매매 신고 건수가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부동산을 매수했지만 신고하지 않아 적발되거나 처벌한 건수 역시 0건이라고 했다.

2년 전 'LH 사태' 때 개정했음에도
직무관련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 0건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LH 임직원에 대해 실시한 부동산 거래 정기 조사 결과에선 2021년 기준 미공개 정보나 업무상 비밀을 이용해 부동산을 매수한 경우가 4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건에 대해선 수사 의뢰, 2건에 대해선 감사 의뢰가 각각 이뤄졌다. 국토부는 2022년 정기 조사 결과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는데 지난해에도 미공개 정보·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부동산 매수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경실련은 이같은 점을 거론하면서 "직무상 비밀 이용 사례가 있음에도 LH의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건지, 다른 원인이 있는 것인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국토부 역시 LH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 행위를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LH 혁신을 주도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2년 전에 이어 이번 철근 누락 사태에서도 논란이 된 전관 특혜 의혹에 관해서도 "최근 김두관의원실에서 LH 퇴직자 재취업 업체와 LH가 지난해 11건의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 중 18억5천745만원의 수의계약 체결도 포함돼있었다고 밝혔다. 해당 업체는 이한준 LH 사장이 취임 전 건설사업 문야 종합 자문 활동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면서 "해당 업체와의 수의계약 체결이 공정했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2년 전 해체 수준의 혁신안이 발표됐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이런 점이 2년 만에 아파트 부실 시공 사태로 이어졌다. 여기엔 재취업한 퇴직자들의 문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며 "LH의 설립 목표는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을 위한 것인데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쇄신 없이 주택 개발 사업도, 3기 신도시도 LH가 계속 추진하고 있다. 전면 쇄신 전까지 3기 신도시를 비롯한 대규모 물량식의 LH 사업은 중단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LH를 혁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H 측은 "임직원 부동산 매수에 대해 LH와 국토부 조사 결과에 차이가 있었던 것은 대상이 되는 부동산이 달랐기 때문이다. 'LH 이해충돌 방지 제도 운영지침'에 따라 LH 임직원이 보유·매수 사항을 신고해야 하는 부동산은 해당 지침이 시행된 2022년 5월 19일 이후 주민공람공고, 지구지정 등의 절차에 따라 대외 공개되는 LH 사업 관련 부동산으로 이 기준에 해당하는 보유·매수 신고 건수는 없었다. 반면 국토부 조사 대상은 임직원이 특정 기간 거래한 전국 모든 부동산을 대상으로 시행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한준 사장이 취임 전 근무했던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점과 관련해선 "해당 계약은 2005년에 최초로 체결된 것으로 지역 민원 및 지자체 협의 지연 등으로 사업이 늦어져 계약 기간 연장을 위해 몇 차례 변경 계약이 체결됐었다. 지난해 수의계약도 같은 이유로 변경 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