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마지막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이 임시정부에서 뿌리를 찾는 야당과 반공에서 뿌리를 찾는 여당의 이념전쟁터가 됐다.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논란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직권남용이 거론되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통령 탄핵이 언급돼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5일 진행된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은 홍범도 장군의 육사 흉상 이전 문제로 시작했다.
첫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설훈(부천을) 의원은 "대한민국 헌법은 임시정부 법통을 잇는다고 밝히고 있다. 홍범도 장군의 육군사관학교 흉상 철거는 대한민국 헌법을 파괴하는 것"이라면서 "반면 이명박 정부 시절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인정된 백선엽 장군은 육사 홈페이지에서 찬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뉴라이트 극우에 편향된 이념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한정(남양주을) 의원도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하고 정부가 시원한 정책을 내놓길 바라는데 국회 예결위·국회 본회의까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이념문제로 날밤을 새고 있다. 이거 누가 시작했나. 야당이 시작했나. 국민이 요구했나. 대통령이 저지른 것 아닌가"라고 호통쳤다.
국힘 "정율성 공원·김원봉 국군뿌리 주장… 국가 부정 맞서야"
민주 "홍범도 흉상 철거 헌법 파괴"… '대통령 탄핵 언급' 고성
국민의힘도 반격에 나섰다. 최형두 의원은 "수천의 독립군이 소련 영토를 기반으로 만주에서 일본군과 싸우려 했더니 소련군이 독립군에게 무장해제를 요구했다. 이때 김좌진 장군 등은 무장해제를 거부한 반면 홍범도 장군은 무장해제를 받아들였다"면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는 이념이 아닌 어떤 리더십을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라고 방어했다.
권성동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침략세력을 국민 혈세를 들여 기념하고, 침략자를 자기 뿌리라고 치켜세웠다"고 공세했다. 권 의원은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기념공원 조성, 약산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한 문 전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신영복 글씨체 차용 등을 언급하며 "국가를 부정하는 시도에 맞서 정부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옹호했다.
이날 본회의장에서는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해 여야 간 고성이 오갔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장내 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설훈 의원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에 대해 한덕수 총리에게 묻고 "장관 결제를 뒤집을 수 있는 건 대통령밖에 없지 않나. 직권남용의 증거가 넘친다. 법 위반하면 결과가 어떻게 되나. 탄핵 갈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대통령의 직권 남용'에 대해 "동의 안한다"고 했고, 여당 의석에서는 '취소하세요!, 탄핵취소해!'라는 고성이 설 의원 발언 끝까지 나왔다.
김두관 의원도 정리발언에서 "6일째 단식 농성 중인 야당 대표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 다시 제가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을 가장 먼저 주장할 것"이라고 엄포했다.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