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원 광명시장과 임병택 시흥시장이 5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사업의 신속한 토지 보상과 주민피해 구제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사실상 사업이 정지된 3기 신도시 예정지 주민들의 피해가 방치할 수준을 넘었다는 판단에 밀려 시장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지정지에서 벌어졌던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정책은 거의 민생 테러에 가깝다. 정부는 2010년 이 지역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했다. 수 십년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재산권을 제한받았던 주민들에게 복음이었다. 하지만 2015년 정부는 느닷없이 사업을 백지화한 뒤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주민들의 희망은 짓밟고 땅은 정부가 아무 때나 개발할 수 있도록 다시 묶어놓았다. 주민들은 환지방식 개발 등 공익적 개발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작성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필사적으로 연대했다.

주민들의 자구안을 외면하던 정부가 드디어 2021년 2월 광명·시흥지구를 3기 신도시 후보지로 발표한데 이어 다음해 11월 공공주택지구로 고시했다. 자구안을 만들었던 주민들은 허탈했지만,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며 주민참여형 신도시 건설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동참 의지를 밝혔다. 그런데 이번엔 사업 시행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실상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6월 재정악화를 이유로 토지보상 절차를 늦춘 것이다.

LH의 계획대로라면 토지보상은 당초 예정보다 2년 이상 지체되며, 이에따라 2027년 예정된 주택공급 시기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제는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차질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계가 막막해진 점이다. 토지거래가 제한됨에 따라 상당수 주민들은 부채로 생계를 이어왔고, 토지보상은 수십년 적체된 부채해결의 유일한 방편이었다. 주민들이 토지보상을 기다리다 죽겠으니, 땅이라도 팔 수 있게 규제를 풀어달라 목청을 높이는 이유이다.

특정 지역의 공공개발 정책이 이런 식의 변덕과 무대책으로 주민들을 농락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는 지도 펴놓고 선 그어 지구 지정하고, 공기업은 장부를 펼쳐놓고 사업 시간표를 제 맘대로 결정하는 동안 신도시 지구 주민들의 생계는 지옥문을 드나든다. 수십년 인내의 끝에 적정한 보상을 기대했던 주민들이다. 대통령실이 직접 관련 부처와 공기업에 사업을 독려해야 한다. 아니면 주민들에게 온전히 땅을 돌려주어야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