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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정치부 기자
최근 '뇌로 보는 인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접했다. 3년 전 방영됐던 다큐는 인간의 5가지 본성을 뇌과학 관점에서 살펴보는데 그중 '돈'과 관련된 주제에 흥미로운 내용이 담겼다.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보행자구역에서 차들이 얼마나 정지선을 잘 지키는지 관찰하며 자동차 가격과 교통법규 준수의 상관관계를 살폈다. 그 결과, 저가 차량 운전자들은 보행자구역에 보행자가 지나갈 때 100% 멈췄지만 고급 차량 운전자들은 45%가 넘는 확률로 보행자가 있어도 그냥 지나갔다.

부와 특권을 가진 사람일수록 규정과 법규를 어길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는 '미주신경'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뇌부터 심장을 지나는 가장 긴 신경인 미주신경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의 경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미주신경 반응이 없다는 것을 심리학자는 확인했다. 영상 속 심리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돈과 특권을 가진 사람은) 자기 기준에서만 생각하고 나를 만족시키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자신의 이익만을 중요시하게 되면서 그 사람을 충동적으로 만든다. 공감 능력 저하, 이기주의 등이 겹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규정과 법규를 어기고, 타인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은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CEO 갑질, 이태원 참사를 책임지지 않는 공직자와 막말을 일삼는 정치인,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자식이 죽은 후 사망 보험금만 챙기러 나타나는 안타까운 사건이 이어져도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느라 뒷전인 국회의원들.

문제는 이러한 이들이 국민의 주권을 대리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직책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재산은 4억원에 그쳤지만, 국회의원 평균 재산은 34억원으로 8배 넘게 차이가 난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책,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과 법규는 결국 '국민의 삶, 어려움에 어느 정도 공감하고 움직이느냐'에 달렸다. 자신의 만족,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만족, 이익을 우선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우선하지 않는다면 정부도 정치도 국민에게는 '짐'이나 다름없다.

/신현정 정치부 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