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라는 도시는 매우 특이하다. 택지개발지구와 경제자유구역 등 신도시 개발은 구도심이 낙후되는 문제를 낳았다. 역대 인천시 정부가 구도심을 활성화하려고 안간힘을 다했지만 결국 허사로 돌아갔다. 눈에 띄는,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신도시 개발이 계속 진행되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구도심의 재생은 한계가 분명했다. 다른 도시들도 신도시와 구도심 간 격차가 존재하지만, 인천만큼 심각하진 않다.
'주민 제안'·'입안 요청제' 시민참여 확대
주택공급 확충보다 원도심 균형발전 방점
인천시가 낙후된 구도심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진 건 민선 4기 때로 기억한다. 당시 경인전철과 경인고속도로 주요 거점을 정비해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여러 개별사업이 인천의 대동맥 격인 경인전철과 경인고속도로 두 축을 중심으로 계획됐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 '사업성 부족', '주민 갈등'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국내 첫 입체복합도시를 꿈꿨던 루원시티 개발사업(서구 가정오거리 일대 도시개발사업)은 우여곡절을 겪다 가까스로 공사가 진행됐지만 일반 택지 개발 수준에 그쳤다. 가좌나들목, 제물포, 주안·부평역, 동인천 주변도 그때와 지금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시재생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도 적지 않았는데, 당시 인천시 한 고위 관계자는 "새 살이 돋으려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며 당연한 현상으로 치부했다.
민간 영역에선 주택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붐이 일었다. '2010 인천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반영된 정비예정구역은 212곳. 재개발·재건축이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양 인식되면서 너도나도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천시 내부는 인허가 서류를 책상 서랍 속에 두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빨리빨리 처리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당시에는 '적극 행정'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론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과도한 행정 처리였다. "터파기 공사 소리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던 인천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 위기를 피할 수 없었다. 인천은 부동산 활황기에 다른 도시들보다 거래량이 빨리 늘지만, 불황기엔 가장 먼저 얼어붙는 특성이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는 민선 5기 들어 대대적인 정비구역 해제로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매몰비용(추진위원회·조합이 쓴 돈) 처리를 둘러싼 갈등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추진위·조합과 시공사 간, 추진위·조합 임원과 일반 조합원 간 송사로 한때 시끌시끌했다. 현재 인천지역 정비구역은 90곳 안팎으로 대폭 줄었다.
사업 기대치 높아져 찬·반 대립·반목 걱정
정치인들 총선용 포퓰리즘 이용 안됐으면
민선 8기 인천시가 내놓은 '정비사업 활성화 추진계획'에는 주민들이 군·구청에 정비계획 입안을 요청하는 '정비계획 입안 요청제'가 포함됐다. 주민 요청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군·구청은 120일 이내에 사업 타당성 등을 검토해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또는 iH(인천도시공사)가 사업성이 부족한 구역을 발굴해 공공사업으로 재개발할 수도 있다. 인천시는 용역 착수 이후 2년 이내에 주민 동의율 등 정비계획 수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후보지에서 제외하겠다는 '출구 전략'도 마련했다. 또 정비사업을 두고 주민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설 경우 반대 의견을 적용하기로 했다.
정비계획 입안 요청제가 민선 4기 때와 같이 '과도한 구역 지정'을 불러오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찬반 갈등에 따른 주민 간 대립과 반목은 걱정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개발·재건축 공약이 쏟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정비사업이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에 이용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동안 인천은 정비구역 지정과 해제를 반복하면서 혼란을 겪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