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육회 워크숍 예산 1천100만원 때문에 오산시 지방자치가 멈춰버렸다. 오산시의회와 시체육회장의 감정 싸움이 오산시장과의 대립으로 번진 탓에 시의회가 중단되고 통과 예정이던 시민들을 위한 조례안들이 무더기로 계류된 것이다. 사건의 시종을 따라가면 지방자치의 일그러진 자화상과 마주한다.

사단은 오산시의회가 시체육회의 행사 예산 1천100만원을 삭감하면서 발생했다. 감정이 상한 권병규 시체육회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직설적으로 반격했다. 시민의날 체육대회 공식 대회사를 통해 "체육회 예산을 삭감한 시의원들을 왜 내빈으로 소개하냐. 체육회 예산을 깎은 행위는 체육인을 무시하는 처사다. 시의원들은 선거철만 인사하고 다닌다"고 발언했다.

권 회장의 도발에 여야 없이 시의회 의원 전원이 권 회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권 회장은 오히려 시의원들이 사퇴하라 역공했다. 그러자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 5명은 13일 이권재 시장의 재발방지 약속과 체육회장 사퇴 때까지 본회의를 무기한 정회하겠다고 발표한 뒤 퇴장했다. 권 회장의 도발이 민주당 의원들을 겨냥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이 시장은 "시의원 대우를 하지 않겠다"며 맞받아쳤다. 이런 소동 끝에 38건 조례안을 포함한 본회의 안건 처리가 불발된 채 임시회가 종료됐다.

시민행사에서 단체의 이익을 앞세워 사적 감정을 여과 없이 분출한 시체육회장의 처신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시 체육회장의 일탈을 문제 삼아 시의회 본연의 의무인 조례심사 등 본회의를 중단시킨 민주당의 잘못이 더욱 크다. 체육회장에게 모욕당한 감정을 앞세워 자치대의기관의 의무를 차버린 셈이다.

시의회 민주당과 시체육회장 사이의 알력엔 배경이 있을 것이다. 시장이 시의회의 본회의 중단에 극단적 용어로 반발한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객관적으로 1천100만원은 큰 돈이 아니다. 잠복했던 지방자치 권력간의 갈등이 잔돈 예산을 빌미로 터진 것으로 짐작된다. 걸핏하면 상임위와 본회의를 정쟁의 장으로 만들어 입법을 지체하거나 누락시키는 중앙정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2년이 됐다. 32세의 평범한 사람도 감정을 드러내고 숨겨야 할 때를 알고, 감정을 앞세워 본업을 팽개치진 않는다. 오산시뿐만이 아니다. 전국의 지방자치 현장에서 지방자치 무용론에 앞장서는 선출직들이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