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정치 대신 사법이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한 18일 오전에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자당 대표의 단식을 조롱했던 정부·여당을 향해 거대야당은 뒤이어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들이밀었다.
이날 예정대로 진행된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치실종'에 대해 정부여당을 탓하자, 국민의힘 역시 정치파행의 원인이 민주당에 있다고 반격을 늦추지 않았다. 마치 서로 마주 달리는 열차를 방불케 했다. 여의도는 지금 전쟁중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18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치는 없고 경제는 나쁘고 민생은 힘들다. 탄압과 증오와 분노와 갈등이 온 사회를 지배한다. 모두의 불행"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이 정부는 국정을 쇄신하라는 이재명 대표의 절박한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응수하려 한다. 브레이크없는 폭주"라고 비판했다. 또 "국무총리 해임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한다"면서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엉킨 정국을 풀기 위한 길이고, 국민과 소통을 시작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실종 상태, 이 대표의 단식 출구 전략이 국무총리 해임 및 내각 총사퇴인 셈인데, '정치가 없다' '증오와 갈등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문제인식에는 공감하면서도 국민의힘은 이를 협의할 여지가 없어 보였다.
"李 단식에 체포동의안으로 응수"
국무총리 해임·내각 총사퇴 요구
국힘 "증오·타도가 곧 적대행위"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원내대표가 증오와 타도의 마음으로 끝없는 적대행위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총리해임과 국무위원 총사퇴 요구가 바로 증오와 타도의 마음에서 비롯된 적대행위"라며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께서는 그럴만한 헌법과 법률 위반 사항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맞섰다.
박대출 정책위 의장은 "원내대표 연설이 마치 선전 포고 같았다"며 "물러설 수 없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고 직격했다.
또 이날 민주당 주도로 교권 회복 법안을 다룰 보건복지위원회 외에 예정된 모든 상임위가 취소됐다.
윤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병원에 이송됐다고 국회 전체를 셧다운 시키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일이겠는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면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아무리 해임건의안으로 총리를 망신 주고 정부를 흠집 내더라도 이 대표를 둘러싼 많은 의혹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부결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차라리 떳떳하게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으시라"고 대응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은 20일 본회의에서 보고되고, 21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도 관련 절차가 마무리돼 19일까지 도착하면 해임건의안과 같은 일정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종·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