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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는 역사에 남을 만한 테러리스트다. 2011년 노르웨이 오슬로 정부청사 인근과 우퇴위아 섬에서 자행한 테러로 무고한 77명이 죽었다. 희생자 중에는 어린 학생도 많았다.

브레이비크는 다문화주의 등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극우주의자였다. 외신들은 브레이비크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브레이비크는 언론에서 마치 '악마'로 묘사됐다.

그런데 가족과 친구, 동료를 잃은 노르웨이 내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경찰은 사건의 사실관계 파악에 중점을 뒀고, 법원도 브레이비크의 범행 동기를 듣는 데 1주일 이상 시간을 들였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도 서로를 위로하며 의젓한 모습으로 그가 수사받는 과정을 지켜봤다.

예이르 리페스타드는 브레이비크의 변호인이었다. 잔혹한 차별주의자를 옹호하기 위해 법정에 서는 것은 그에게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리페스타드는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브레이비크를 변호했다.

리페스타드는 저서 '나는 왜 테러리스트를 변호했나'에서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법치'를 변호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테러리스트가 파괴하려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테러리스트를 변호한 셈이다.

얼마 전 인천국제공항에서 11개월째 노숙생활을 하는 북아프리카 남성을 취재했다. 그는 출신국에서의 혐오와 차별을 이유로 한국을 찾았지만, 또 다른 혐오와 차별에 직면했다. "난민은 잠재적 범죄자다", "세금을 난민을 위해 쓸 수 없다"는 등의 레퍼토리가 반복됐다.

난민 문제뿐만이 아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남성과 여성, 기성세대와 신세대. 지금 우리 사회는 자신이 속한 집단, 자신이 가진 사회적 지위에서 끊임없이 서로를 배척하고 있다.

야금야금 갉아먹은 사회 가치는 언젠가 사라질 게 뻔하다. 리페스타드와 노르웨이 국민들의 태도가 정답은 아니더라도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하지 않을까.

/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