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내국인 수를 넘어섰다. 연수구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함박마을 전체 주민 수는 1만2천여 명으로, 이 중 외국 국적자는 7천320여명(61%)에 달했다. 외국 국적자 중 고려인이 5천800여명(80%)으로 추산되는 함박마을은 면적 대비 고려인 밀집도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중소 제조업체가 밀집한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와 가까운 데다, 저렴한 집세 덕분이다.

고려인을 비롯한 외국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함박마을의 내국인 상인들이 최근 연수구청 앞에서 상권 보호를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인천에선 이슬람 사원 건립 등 종교적인 이유로 외국인과 한국인 주민이 갈등을 빚은 적이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상인들이 집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함박마을 내 한국인 상인들은 집회에서 "함박마을에 있는 한국인 상인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함박마을에 외국인 상점이 급격히 많아지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려인 등 재외 교포나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들을 위한 음식이나 식료품을 판매하는 업소 등이 늘었다. 주요 소비층이 외국인으로 바뀌면서 한국인을 상대로 한 슈퍼마켓이나 음식점, 노래방 등이 장사가 안된다는 게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반면에 외국인 대상 업소들의 매출이 늘면서 이 지역의 월세는 오히려 더 올랐다. 한 내국인 상인은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매출이 90% 줄었고, 월세는 10~20% 정도 올랐다고 했다.

이번 내국인 상인들의 집회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하면서 주 소비층이 바뀐 지역들의 공통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변화에 맞춰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연수구 자치행정과는 한국인 상인이 외국인에게 적합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내·외국인이 상생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내국인과 외국인이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도 필요해 보인다. 지역별로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해 교류의 기회를 마련한다면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어떻게 마을을 변화시킬지 소통하고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사회는 각 구성원이 노력한 만큼 큰 결실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