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심야시간대(자정~오전 6시)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집회·시위 문화 개선방안'을 21일 발표했다. 불법 행위가 의심되거나 대규모로 진행되는 집회·시위로 발생하는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우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집회·시위 금지를 명문화하기로 했다. 현행 집시법 10조에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로 돼 있는 집회 금지시간을 구체화한 것이다. 또 현행법에서 집회 성격상 미리 신고한 경우 부분적으로 허용한다는 단서 조항도 삭제해, 규모나 성격에 상관 없이 심야시간대 집회·시위는 일괄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집시법 10조의 '일몰 전후 옥외 집회' 금지와 '일몰 후 자정 전 시위' 금지 조항은 200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을 잃은 상태로 이어져 왔다. 경찰은 이번 개정으로 금지 시간대를 구체화해 입법 공백을 해소하고 심야 시간대 국민의 평온을 보장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집회·시위로 인한 소음 규제도 강화한다. 소음 측정 간격을 10분에서 5분으로, 기준 초과로 판단하는 횟수도 1시간 내 3회에서 2회로 줄이도록 집시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기존 시행령은 순간 최고 소음이 1시간 동안 3회 이상 기준을 초과할 경우 집시법 위반으로 본다.

주요 도로에 신고된 집회를 제한하는 기준도 구체화한다. 개최 시간과 행진 경로, 차로 이용 여부, 위험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하고, 도로관리청 등 관계기관 협업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수막이 난립하지 않도록 '집회가 실제 열리는 기간'에만 현수막을 걸 수 있도록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경찰 질서유지선을 넘거나 망가뜨린 경우에 대한 처벌은 현재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수위를 높이겠다고 했다.

집회 신고 단계부터 내용을 살펴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민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거나 공공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판단하면 제한·금지한다는 것이다. 평일 출퇴근 시간대 집회·시위는 심각한 교통 불편을 초래할 우려로 적극 제한·금지조치 할 방침이다. 또 차량 통행을 위해 주요 도로에서 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해당하는 경우 경찰 판단에 따라 신고 단계부터 전면 금지될 수 있다.

집시법상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도 금지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이 조항을 바탕으로 신고를 접수한 주최 측에 불법집회 전력 등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불법 집회를 차단하는 데 인적·물적 자원도 활용하게 된다. 공공에 위협이 예상되는 경우 해산을 명령하고 불응하면 직접 해산에 나서고, 불법 행위의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집회 현장에 드론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위협이 예상되는 집회에는 사전에 형사팀을 배치해 불법 행위자를 검거하기로 했고, 대규모 집회가 빈번한 지역에는 신속한 수사를 위해 집회·시위 수사전담반을 운영한다. 이 밖에도 경찰은 불법 행위로 인한 물적 피해뿐만 아니라 경찰이 다치는 등의 인적 피해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집회·시위를 신고제 아닌 사실상의 '허가제'로 운영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경찰은 "집시법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