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 현장에 먹구름이 드리운 모습이다. 건설 노임비, 자잿값 상승에 따라 공사비가 오른 상황 속 시공사와 정비사업 조합의 협상이 원만치 않아서다. 인근 주민들의 반발 역시 사업 진행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남시 중원구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22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시공자 계약 또는 재입찰 관련 결의건'을 상정했다. 해당 재건축 사업은 1987년에 준공된 1천900가구의 은행주공1단지를 허물고 3천198가구 규모의 주택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성남 원도심에선 두 번째로 30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로 재건축이 허가된 곳으로 한껏 주목받았다. 시공사는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인데, 2019년 7월 3.3㎡당 공사비를 445만원에 계약했다.
그러다 지난 4월 시공사는 3.3㎡당 공사비를 672만원으로 51%(227만원) 올려줄 것을 요청했다. 조합은 소비자물가인상률 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공사비 지수 중 변동률이 낮은 것을 적용한다는 공사계약서를 토대로, 공사비를 추산한 결과 3.3㎡당 490만원에 불과하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이후 공사비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끝내 22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시공사 해지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과반수 표결에 이르지 못해 시공사 해지 건은 부결됐지만 공사비를 둘러싼 양측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조합원은 "GS건설과 현산 모두 부실 시공 및 안전 문제 우려가 있던 곳 아닌가. 불안해하는 조합원들도 있는데, 공사비가 과도하다는 의견까지 무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 은행주공' 재입찰 관련 결의 상정… "GS건설·현산 모두 불안해"
'수원 영통2구역' 석면 해체 설명회… 인근 주민들 반응은 여전히 싸늘
다른 재건축 정비사업 현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사비뿐 아니라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수원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영통2구역 재건축 정비사업이 대표적이다.
25일 영통2구역 재건축 조합은 착수 보고 및 석면 해체·제거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석면이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만큼, 철거를 앞두고 인근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에게 석면을 해체하는 과정과 이후 절차 등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
GS건설 등 현장 관계자들이 해체 과정에서 비산 먼지 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리면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철거를 앞둔 지금에서야 이런 설명회를 하는 게 유감이다" "인근에 학교가 있는데 아이들 안전이 우려된다"는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곳 역시 공사비가 관건이다. 조합 관계자는 "연말쯤 공사비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겪는 현장이 주변에 여럿 있다. 공사비 협상을 하지 않아 아직 조합원 불만은 없지만, 협상에 돌입하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순기·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