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펼쳐질 22대 총선을 190여일 앞두고 추석 명절을 맞아 출마 예정자들이 내건 현수막이 눈길을 끌고 있다. 자극적 언어로 점철된 정당 현수막이 시각 공해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정치권에선 '이만한 홍보법이 없다'는 정서가 팽배하다.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명절을 앞둔 정당 현수막은 정치적 메시지보다 인사말과 정책 경쟁에 집중됐다.
추석 앞두고 곳곳 '명절 인사'
정치 현안 자극적 메시지 줄어
총선용 '민생·정책' 홍보 집중
26일 오전 찾은 하남시 풍산동의 한 사거리는 인도 쪽에만 10개가 넘는 정당 현수막이 걸려 있다. 통상 현수막 명단의 단골인 현역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당협·지역위원장뿐 아니라 각 정당에 맡은 직책과 과거 이력들을 전면에 내세운 올드보이나 정치신인 등의 총선 예비주자들도 대거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알렸다.
현장에는 10개 중 3개 현수막만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을 정도로 정치 언어를 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 시·도당에 추석 맞이 정당현수막 문구를 지난 18일 전달했다.
국민의힘은 '뉴스타파 관련 대선공작 규탄', 민주당은 '오염수 투기'와 '총리 해임' 등의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문구들로 정했지만, 시각 공해라는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실제 출마 예정자들은 정치적 언사를 피하고 명절 인사말과 정책 현안 게재에 집중한 모습이었다.
총선 출마를 선언한 도내 정치권 인사는 "인천, 세종 등 일부 시도에서 지자체가 강제 철거에 나설 정도로 폭력적 언어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인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의 교통 현안이나 공약 등 정책 홍보를 중심으로 문구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올해 초부터 폭력적 언어가 담긴 정치 현수막들이 초등학교, 아파트 단지 등 생활구역 곳곳에 무분별하게 설치돼 지적을 받은 여론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정치권의 반응이다.
또 다른 출마 예정자는 "대체공휴일로 긴 연휴가 형성된 이번 추석에 정당현수막보다 좋은 홍보법은 없다고 판단한다. 이미 관련 문구로 제작을 모두 맡겨 놓고 게재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년 정치권이 정쟁보다는 민생에 몰두하길 후보자로서 바라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