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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문화체육부장
주위를 둘러보면 의심 없이 믿고 있는 속설들이 많다. 그 중에 '남성보다 여성이 육아에 적극적이고 또 잘한다'는 속설이 있다. 여성이 육아를 잘할 수 있다는 얘기의 근거를 들어보면 여성들의 공감능력을 꼽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그럴까.

미국 오리건대학교 크리스티 클레인·사라 호지스 교수는 남녀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대학원 입학시험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의 영상을 보여준 뒤 학생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추론하라고 3그룹으로 나눠 지시했는데 1번째 그룹에는 조건을 달지 않았고 2번째 그룹에는 추론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3번째 그룹에는 추론결과가 정확하다면 돈을 주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 결과 1그룹에서는 흔히 예상한 것과 같이 여성들의 공감 정확도가 남성들에 비해 높은 결과를 보였다. 피드백을 받는 조건에서도 남성의 공감 정확도가 오르긴 했지만 특별히 의미있는 수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3그룹에서 남성의 공감 능력이 월등히 향상됐을 뿐 아니라, 공감능력에서 여성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공감 능력이 높을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를 받고 있는 여성들은 높은 공감 수치를 유지하지만, 그런 기대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남성들은 확실한 보상이 주어졌을 때만 공감을 한 것이라고 연구진들은 분석했다. 

 

이 실험에 비춰보면 '여성의 공감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남성보다 여성이 육아에 적극적이고 잘할 수 있다'는 오랜 믿음이 흔들린다.

육아 어려운것이지만 과업이라 할 수 없어
경기도·인구보건협회 '아빠와 함께하는…'


어쩌면 아빠의 육아 참여가 필수가 아닌 선택의 영역에 남겨둔 사회적 분위기가 아빠의 육아 참여를 제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또 한편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육아가 과업인가 하는 문제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육아가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지만 빨래나 청소 등 다른 살림과 같이 과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 가정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볼 때 육아는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의 역할로 독립시킬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육아에서만큼은 우리 사회적으로 남성의 참여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아무리 남녀의 역할 구분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성이 주로 육아를 맡았고 남성은 보조자에 그쳤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 가족여행을 가서도 운전을 했다거나, 카메라 뒤에서 가족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정도로 아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교류로 모델 제시
자녀와 아내 공감기회·가족간 친밀감 높여


이런 두 가지 관점에서 봤을 때 경기도와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지회가 진행하는 '아빠와 함께하는 육아'는 사회적 인식 개선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출산대응인식개선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진행되는 '아빠와 함께하는 육아'는 지난 7월 다시 새로운 경기 100인 아빠단이 구성돼 활동에 들어갔다. 매주 온라인 주간 미션을 자녀와 함께 수행하고, 바쁜 일상에서 일과 가정(육아)의 양립에 성공한 멘토들이 도움을 준다. 다양한 오프라인 체험 프로그램과 아빠단 간의 교류로 '아빠 육아'의 모델을 제시한다.

프로그램을 통해 남성들이 자녀와 보내는 시간을 늘리면서 아내와 자녀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또 확실한 보상, 가족 간의 친밀감을 가져간다.

아내에게 공감하고 자녀들과 보다 친밀감을 갖는다면 육아는 과업이 아닌 레저가 되지 않을까.

오는 10일은 '임산부의 날'이다. 유례 없는 저출생으로 대한민국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때, '아빠와 함께하는 육아'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아빠의 역할을 중심으로 육아의 패러다임이 재편성된다면 저출생 문제도 함께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김성주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