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R&D 예산을 16.6% 삭감한 데 대해 이공계 연구자들이 '졸속 추진'이라며 과학계와 소통해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같은 목소리는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대책위원회(위원장·김태년)가 5일 국회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주최한 'R&D 예산 삭감,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간담회에서 나왔다.
이같은 목소리는 더불어민주당 민생경제대책위원회(위원장·김태년)가 5일 국회의원회관 2세미나실에서 주최한 'R&D 예산 삭감,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간담회에서 나왔다.
전문가 등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결성
"예산삭감 학생들 진로 막는것" 주장
간담회에는 문성모 출연연 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 회장, 이승복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이사, 이어확 국가과학기술바로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공동대표, 김재성 전국과학기술연구 전문 노조위원장, 안병국 카이스트 대학원 학생회 부학생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어확 공동대표는 정부의 방침이 구체적인 근거와 이유도 없이 '연구비 카르텔'로 몰며 졸속으로 추진돼 처음으로 연구자 전체가 모인 '과학기술계 연대회의'가 결성됐다고 밝혔다. 그는 "근거도 없는 예산 삭감으로 심지어 올해 예산의 80%까지 삭감한 사례를 봤다"면서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연구하던 내용이 물거품이 된다. 짓다 만 건물은 형체라도 남지, 연구하다 만 것은 지금까지의 내용이 모두 형체도 없이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김재성 위원장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그렇기 때문에 "비효율을 줄이겠다는 정부가 비효율을 부추기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연구 예산에 문제가 있다면 학계와 소통하고 예산삭감을 연착륙시키는 것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예산삭감의 방식도 문제지만 삭감 그 자체가 '민생경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전쟁 이후 급속도로 경제가 발전한 바탕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있었다. 반도체와 통신 기술도 오랜 투자에 기반해 있고 코로나 대응도 그동안 축적해 놓은 바이러스 검출기술개발 등에 기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R&D예산에는 미래 연구자인 학생을 키우는 예산이 포함돼 있는데, 정부의 예산삭감은 이들의 진로를 막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안병국 부학생회장은 안그래도 심한 이공계 기피현상이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며, 이공계 특성상 연구에 동원될 학생이 줄어든다면 교수들도 연구를 할 수 없어 과학계의 선순환구조가 무너질 것이라고 봤다. 안 부회장은 "우주가 137억년이 됐다. 우리는 그 우주를 연구하고 있다. 137억년의 비밀을 몇년만에 알아내라며 '비효율적'이라고 탓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김태년 위원장은 "잘 모르는 사람이 내지른 정책을 교정하지 못하는 이 정부의 적나라한 상황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다"면서 "이번 예산심사에서 증액해야할 첫 대상이 R&D예산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