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미군기지
존치·철거를 둘러싼 갈등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 B구역 조병창 병원 건물에 대한 법적 공방이 시작된 가운데, 근대건축물이 가장 많은 D구역의 토지 반환과 건물 존치·철거에 관한 공론화 과정은 늦어지고 있다. 9일 자전거를 탄 시민이 캠프 마켓 정문 앞을 지나고 있다. 2023.10.9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의 근대건축물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행정 절차가 답보 상태에 놓인 가운데 부지 내 조병창 병원 건물 해체 허가의 적법성을 다투는 시민단체와 부평구의 행정소송이 시작됐다.

조병창 존치·철거 갈등 올해 4년째
법원, 해체허가취소 행정訴 첫 진행


조병창 병원 건물처럼 법적 공방으로 가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D구역 근대건축물에 대한 논의를 서둘러 충분히 공론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D구역 근대건축물들이 오랜 갈등과 법적 공방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인천지방법원은 시민단체 '일본육군조병창 역사문화생태공원 추진협의회'가 부평구를 상대로 낸 캠프 마켓 B구역(10만㎡) 내 조병창 병원 건물 해체 허가 취소 행정소송 첫 기일을 지난 5일 진행했다. 이 시민단체는 부평구의 조병창 병원 건물 해체 허가를 취소해 달라며 지난 6월 소를 제기했다. 당사자 간 변론은 인천지법이 다음 기일로 정한 내달 이뤄질 예정이다.
 

조병창 병원 건물 존치·철거를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은 2020년 문화재청의 건축물 보존 권고를 계기로 본격화하면서 올해로 4년째지만, 이해 당사자 간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 법적 공방만 하더라도 얼마나 걸릴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 중인 행정소송은 심급마다 길게는 1년 이상 걸리고, 3심제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3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인천지법이 이번 사안에 대해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각하 판단을 내릴 경우에도 시민단체 측이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등 대응 방식에 따라 최종 판결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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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치·철거를 둘러싼 갈등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부평 미군기지 '캠프 마켓' B구역 조병창 병원 건물에 대한 법적 공방이 시작된 가운데, 근대건축물이 가장 많은 D구역의 토지 반환과 건물 존치·철거에 관한 공론화 과정은 늦어지고 있다.사진은 9일 캠프 마켓 내 전경. 2023.10.9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나머지 구역 최다 집계 난항 불보듯
인천시 "공론화위 추진단 발족 예정"


나머지 D구역(22만9천㎡) 내 근대건축물 존치 여부를 둘러싼 논의도 난항이 예상된다. D구역은 캠프 마켓 전체 구역 중 근대건축물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어떤 건축물을 남기느냐'를 두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캠프 마켓 내 근대건축물은 A구역 1개, B구역 7개, D구역 71개로 집계됐다. 단 D구역은 미군의 반환 시기가 미뤄지면서 인천시가 근대건축물 현황과 역사·문화적 가치 등을 조사하는 데 제약이 있다.
 

또한 환경부는 이미 D구역 오염도 등을 파악하는 환경조사를 마쳤지만, 인천시에는 관련 결과를 전달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은 인천시가 D구역 오염 정화 시기와 근대건축물들의 존치·철거를 판단하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인천시가 국방부와 환경부에 각각 D구역 반환 및 사전 조사 허용, 환경조사 결과 공유를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D구역 근대건축물 존치 여부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와 역사적 가치, 토양오염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과 집중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달 중 근대건축물 등 캠프 마켓 공원 조성과 관련해 여러 안건을 다루는 공론화 위원회 추진단을 발족할 예정"이라고 했다.

캠프 마켓은 도심 속 역사문화공원 조성을 목표로 단계적 반환이 이뤄지고 있다. 역사문화공원 조성은 내년 중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등을 거쳐 2025년 실시설계와 실시계획 인가, 2027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된다.

인천시는 역사문화공원을 일대 공원들과 연결해 대규모 녹지 공간으로 만들고 역사기록관, 공방, 문화·체험시설을 건립하는 계획(8월10일자 3면 보도=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B 구역 '기록관'·D구역 '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수립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