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개표 관리시스템이 해킹에 속수무책이라는 실태가 밝혀졌다. 너무 충격적이라 입을 다물 수 없다. 이 같은 결과는 국가정보원,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약 두 달간 진행한 합동보안점검에서 드러났다.

10일 국정원 발표에 따르면 점검은 가상의 해커가 선관위 전산망 침투를 시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투표 여부를 관리하는 통합 선거인 명부 시스템은 인터넷만으로도 침투가 가능했단다. 일단 침투하면 사전 투표 여부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었고, 심지어 유령 유권자 등록도 가능했다. 사전투표 용지를 증명하는 선관위 도장과 투표관리관의 도장 파일을 훔쳐, 실제 사전투표 용지와 QR코드가 같은 투표지를 인쇄할 수도 있었다.

개표 시스템은 보안 관리가 허술해 해커가 개표 결과값을 변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투표지 분류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투표 분류 결과 조작도 가능했다. 선관위 내부전산망은 인터넷을 통해 마음대로 침입할 수 있었다. 선관위가 지난해 자체 점검 후 100점 만점이라는 해킹 보안 점수가, 이번엔 31.5점에 불과했다.

불순한 외부세력의 해킹에 투표와 개표가 모두 조작 가능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두동강 난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일단 발생하면 조작에 의한 선거결과를 교정, 수정하기 전에 국민이 정치적으로 분열된다. 공신력을 잃은 선관위의 오류 수정을 여론이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단 한 번 해킹만으로도 대한민국을 공멸의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 이를 바라는 외부의 적과 내부의 불온 세력들이 선관위 해킹을 시도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실제로 2021년 선관위 컴퓨터가 북한 해킹 부대 '김수키' 조직의 악성코드에 감염돼 대외비 문건이 유출된 적도 있다.

선관위는 아무리 안전한 보안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는 논리로 항변한다. 투표용지 발급은 발급기 없이 불가능하단다. 정신 나간 변명이다. 선거관리로 나라를 지킬 헌법기관이 보안관리에 완벽을 추구할 수 없다니 어이 없다. 투표용지 발급기 같은 하드웨어 복제는 일도 아니다. 그런데 선관위는 직접 제작한 특허상품처럼 말한다. 국정원 발표가 선거 불복을 조장해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선출된 권력의 정당성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기가 막히다. 한 자도 빠짐 없이 선관위가 받아야 할 비난이다. 보안관리는 팽개치고 채용비리에 전념한 헌법기관의 총체적 직무유기다. 참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