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C이테크건설이 지난해 노동자 3명이 숨진 '안성 물류창고 사고'의 부실시공 책임으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은 지 1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인 지난 10일 해당 건설사가 맡은 시흥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또다시 노동자 사망사고(10월 11일 인터넷 보도=시흥 물류창고 신축 공사 현장서 60대 노동자 추락사...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가 발생했다.
도 넘은 안전불감증이 대형 인명 사고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영업정지 집행 개시 이후에도 건설사가 이미 공사 진행 중인 현장의 시공을 이어갈 수 있고, 행정소송 등으로 시간을 끌 가능성도 적지 않아 관할당국의 조처가 유명무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안성 물류창고서 3명 숨지는 사고
지난달 처분 받고 25일부터 영업정지 예정
10일, 시흥 공사현장서 60대 노동자 사망
관할당국 조처 유명무실 아니냐는 지적도
12일 시흥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1시18분께 SGC이테크건설이 시행을 맡은 시흥시 정왕동 복합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 A씨가 바닥에서 9m가량 높이 고소작업대에 올라 전기 배관 설치 작업을 하다 추락해 숨졌다. 작업대에 고정해 놓은 철근 소재 와이어 로프가 후진하는 레미콘 트럭에 걸려 감기는 바람에 작업대가 무너졌고, A씨가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고에 앞서 SGC이테크건설은 지난해 10월 노동자 3명이 사망하는 등 5명이 사상한 안성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의 부실시공 책임으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지난달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아닌 국토부가 직권으로 건설사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첫 사례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한 결정이란 분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 부주의 등 시행사의 과실 책임이 명확하다는 판단과 법령에 따라 행정정지 직권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정지 기간은 오는 25일부터 내년 6월까지 8개월이다.
문제는 이 같은 행정정지 처분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시행사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인·허가 절차를 이미 받아 착공한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또 시행사가 행정정지에 맞서 소송을 제기하면 그 기간 동안에는 영업을 이어갈 수 있는 '꼼수'도 허점으로 남는다. 실제 SGC이테크건설 측은 해당 처분 공시를 통해 "당사는 행정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및 취소소송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조흠학 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 교수는 "건설사가 시행하는 사업장 특성이 다르고, 한꺼번에 묶어 책임을 묻기에는 한계가 크다"며 "법률을 바꾸는 데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안으로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따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수사당국이 명확하고 철저히 묻는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경찰은 시흥 물류창고 사망사고에서 현장 신호수 2명과 레미콘 운전자 등 3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현장 조사와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이들의 부주의 위반 혐의가 있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원청(SGC이테크건설)과 하청 관계자들 상대로 추가 조사를 벌여 책임이 입증된다면 입건대상이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SGC이테크건설 측에 여러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