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유치 이후 국내외 바이오 분야 대기업과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 줄이어 송도에 둥지를 틀었다. 삼성이 사실상 송도의 '보증수표' 역할을 했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경제적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앵커 기업 유치는 자족 도시를 목표로 하는 신도시 건설이나 택지개발 사업 성공의 관건이다.
자족도시 가장먼저 착공 성공여부 미지수
앵커기업 커녕 뚜렷한 투자유치 전략없어
이런 측면에서 자족도시를 내걸고 3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착공한 계양테크노밸리(333만1천㎡)의 성공 여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판교의 1.7배 넓이인 71만여㎡ 규모의 도시첨단산업용지가 조성되고 있지만 앵커기업 유치는커녕 아직 뚜렷한 투자유치 전략도 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계양테크노밸리 도시첨단산업단지의 유치 업종 배치 계획을 세우면서 민간사업자에게 손쉽게 토지를 매각할 수 있는 '기계 및 장비 제조업'(23.2%)과 '창고 및 운송 관련 서비스업'(19.9%)을 전면에 배치했다. 전체 산업단지의 43.1%에 달하는 면적이다. 철강과 비철금속을 제조·주조하는 1차 금속 제조업도 11.5%나 됐다.
첨단산업이라고 볼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은 0.6%, '연구개발업'은 0.6% 등에 불과했다. 서울과 인접해 있는 인천의 알토란 같은 산업 용지에 대형 물류창고 단지와 기존 제조업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또 하나의 공업단지를 만들겠다는 퇴행적 계획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런 계획에 인천 지역 사회의 반발이 이어지자 LH는 돌연 도시첨단산업단지 유치 업종 배치계획에서 '창고 및 운송 관련 서비스업'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LH는 지역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산업단지 유치 계획을 재조정하기 위해 창고시설의 입주를 제한하는 방안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략 없이 추진되고 있는 계양테크노밸리의 투자 유치 계획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인접해 있는 3기 신도시인 부천 대장지구는 SK그룹의 'SK그린테크노캠퍼스'를 유치하며 환경 분야에 특화된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을 가시화하고 있다.
SK그룹은 오는 2027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입해 부천 대장지구 내 도시첨단산업단지 13만7천㎡ 부지에 연면적 40만㎡ 규모의 SK그린테크노캠퍼스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SKC, SK머티얼즈, SK E&S 등 7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부천 대장지구를 서울 마곡과 같은 첨단산업 거점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게 부천시 구상이다. SK는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SK그린테크노캠퍼스 조성 입지를 물색했으며 부천시와의 협의 끝에 서울과 이어지는 철도 등 교통 편의성이 우수한 대장지구를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LH, '창고·운송관련 서비스업 제외' 밝혀
경제자유구역 뒤 이을 '새로운 땅' 찾아야
인천은 송도·청라·영종 등 경제자유구역을 제외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나갈 만한 마땅한 첨단산업단지가 없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구도심과 80% 이상 개발이 끝난 경제자유구역의 뒤를 이을 새로운 '땅'을 찾아야 한다. 인천경제청은 경제자유구역 확대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용역 단계에 머물고 있어 관련 행정 절차와 정부 심의 등을 거치기 위해선 수년이 걸려야 한다.
판교의 1.5배에 달하는 계양테크노밸리가 또 다른 인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자족도시가 아닌 거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위기에 있는 계양테크노밸리 투자 유치에 LH와 인천시가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김명호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