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난 후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국민의힘 임명직 당직자들의 사퇴 등 여당 내에서 쇄신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참패 원인에 대한 반성과 제대로 된 진단이 나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의 보선 패배는 예견되어 왔던 바다. 단순히 강서구의 선거지형이 국민의힘에 불리하다거나 투표율이 높았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동안 보여왔던 정권의 오만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인사와 무리한 이념 공세, 협치를 외면한 불통,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해병대 전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의혹 등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로 연결된 것이다. 더구나 김태우 후보는 선거 원인 제공 당사자다.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후보를 사면 복권 시켜 무리한 출마를 강행한 것부터가 민심에 부합하는 정치가 아니었다.

이에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는 선거 패배 후 김기현 대표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의에 배치되는 대통령실의 결정들에 대해 집권당으로서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이의제기나 건의조차 하지 못하는 식물정당의 양태를 보여온 여당의 대표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어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당 쇄신과 관련한 여러 방안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선거 참패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김기현 대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말만 되뇌고 있다. 임명직 당직자뿐만 아니라 대표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는 책임성과 대표성이다. 이는 정권을 담지하는 측이나 당 지도부가 당원들에 대해서도 견지해야 할 원리이다. 대선이나 총선에 패배하면 당연히 물러나야 할 당 대표와 지도부가 기초단체 선거라고 해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내년 선거에서는 지난 2020년 선거 때보다 더 큰 실패를 맞을 수도 있다. 애당초 강서구청장 선거에 총선 전초전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선거판을 키운 쪽은 국민의힘이었다.

대통령실 역시 책임을 여당에만 미룰 일이 아니다. 애당초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사면 복권해서 공천까지 준 당사자는 다름 아닌 대통령실이다. 여권은 총체적으로 민심의 소재를 파악하여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말로만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책임지지 않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식물정권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