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 보고하는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YONHAP NO-2452>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안 보고를 하고 있다. 2023.10.16 /연합뉴스

철근 누락 사태와 전관 카르텔 의혹 등 잇단 악재를 겪고 있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16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LH는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조직을 해체하는 수준으로 강도 높은 혁신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LH, 국토안전관리원, 주택관리공단(주), 건설기술교육원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등 철근 누락 사태와 전관 카르텔 의혹에 질문이 집중됐다.

국토위 의원들은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와 관련, 발주처인 LH의 책임 문제를 거론했다. LH의 허술한 관리 감독이 부실 공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4월 붕괴된 인천 검단 아파트(인천 검단AA13-1 2블록) 공사에서 시공사인 GS건설이 LH 승인 없이 설계를 '라멘 구조'(기둥식 구조)에서 '혼용 구조'(라멘+무량판)로 변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해당 아파트 건설에 사용된 레미콘의 원자재로 미인증 순환골재가 사용됐음에도 LH와 GS건설, 감리사 모두 이를 걸러내지 못한 사실도 거론됐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H가 정식 승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무량판 구조를 그대로 승인해준 셈이 됐다. 발주처로서 현장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LH의 직무유기다. 전반적인 건설관리 체계에 대한 대폭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토위 국감 여야 질문 집중 포화
발주처 책임문제·은폐의혹 제기
이한준 사장 "조달청 등 권한위임"

LH가 철근 누락 사실을 인지하고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아파트 외벽 철근 누락 사실이 밝혀진 인천 검단 A-21블록 단지와 관련, LH가 철근 누락 사실을 알고도 언론 보도 전까지 숨기고 재시공 의견을 낸 현장 감리단장을 해임하는 한편 보강 공사로 사태를 마무리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이소영(의왕과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철근 누락 사실을 감리단이 지난 6월 5일 최초로 발견하고, 같은 달 12일 LH 현장 소장에 최초로 보고됐다. 언론 보도 전까지는 입주 예정자들에게 전혀 이 사건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보도하지 않았으면 숨길 생각이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한준 LH 사장은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지만, 실무자들 사이에서 이뤄진 일이라 늦게 인지한 점에 대해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감리단장 해임 건에 대해선)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 감사실에 의뢰해 지금 감사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철근 누락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전관 카르텔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월 밝혀진 철근 누락 아파트 20개 단지 중 10곳의 설계업체가 LH 출신인사가 재직하고 있거나, 재직했던 업체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LH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들과 3년간 77건, 2천355억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도 드러난 바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은 "2021년 LH 사태 이후 발표된 혁신안에서 LH 임·직원들과 퇴직자간 부적절한 접근 및 접촉을 금지한다고 했지만 전관들의 출입 기록이 2021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무려 178회다. 심지어 면접 보는 날에도 (LH 퇴직자가)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혁신한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LH는 전관 카르텔 해소를 위해 설계·시공·감리 선정 권한을 조달청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이한준 사장은 "전관 이권 카르텔 문제는 저희도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정부와 협의해 설계, 시공, 감리 등에 대해 조달청이나 전문기관에 입찰하면 전관으로부터 다소 자유롭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조금 기다려 주면 만족할 수 있는 답을 드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