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꺼낸 화두가 '특별감찰관'을 요구하는 민심을 배척하지 말라고 하더라. "제도를 만들어 놨는데 임명을 안 한다는 것은 결국 직무유기다. 크게 봐서 역사적으로도 아주 중요한 일이고, 그래서 (용산 출입) 기자들도 책임을 지고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취기가 오르자 "아프지만, 모두가 경계의 지표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후회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염을 토했다. 현재는 비어 있지만,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이후 유명무실해졌다.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 대통령 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을 감찰 대상으로 하는 조사기구이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문재인 정부는 임명조차 하지 않았다. 대선 공약을 한 윤석열 정부도 취임 초기, 김건희 여사와 그의 일가 문제가 터졌을 때 잠시 논란을 벌이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윤석열 대통령, 지금 브레이크 없는 질주중
용기없는 참모들 결함 둘러싸여 민심 외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용기없는 참모들의 결함에 둘러싸여 있고, 민심을 외면한 국민의힘의 무력함에 견제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저잣거리 민심이다. 권력이라는 게 누구나 틈을 주면 오만하게 돼 있다. 주변의 사람이 듣기 좋은 말만 하다 보니, 거슬리는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을 터.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원인도 이런 오만과 독선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합리적 해석이다. 당과 대통령실의 수직적 관계도 권원이 있고, 그래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수도권 위기라는 예견된 선거에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을 복권시켜 바로 선거에 내 보내는 배짱에 민심은 요동 쳤다. 아무리 취약지역 선거라지만 17.15%p 차이로 완패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선거에서 참패했음에도 국민의 성에 차지 않는 몇몇 당직 개편으로 우물쭈물 넘어가려는 모습이 더 답답하다. 국민들이 내민 계산서에 어음으로 결제한 느낌이다. 생뚱맞은 얘기지만, 윤 대통령 주변에는 강직하게 직언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취약점을 보완할 '레드팀'이 작용하는 거 같지도 않다. 바른말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대통령의 기에 눌려 말 문을 닫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시쳇말로 요즘 김건희 여사의 공개 일정도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추세이고, 그러다 보니 그 그늘에서 행사 때마다 변죽을 울리는 자칭 '실세'들의 허풍이 도를 넘을 때가 많다고 한다.
보선 참패에도 당직 개편 우물쭈물 넘기려
특별감찰관제 살려 주변 경계·일신 독려를
그런 면에서 차제에 특별감찰관제를 부활해 대통령과 그 주변을 경계하고, 특별감찰관의 조사 대상이 되는 대통령실 참모들의 일신을 독려하면 어떨까. 사실, 특별감찰관 임명은 윤 대통령이 김기현 대표나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전화 한 통 걸어 "추진해달라"고 하면 될 일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가장 큰 민심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에 대해 회초리를 든 것이다. 대통령실이든, 국민의힘이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라야 한다. 직언을 들을 용기도 필요한 것이다. 선거 패배 수습책으로 나온 '차분하고 내실 있는 변화'는 스스로 내려놓고 작지만 큰 '실천'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게 민심이다.
/정의종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