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원도급과 하도급업체 간 불공정 거래가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19일 발표한 '2023 건설 하도급 공정거래 체감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건설업계의 공정거래 체감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67.9점으로 나타났다.
업계 공정거래 체감도 조사
작년보다 0.9점 낮은 67.9점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 5월22일~6월9일 하도급 거래 실적이 있는 전문건설업체 45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올해 체감도 점수는 지난해(68.8점)보다 0.9점 낮았으며, 이 조사가 시작된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도급 업체들이 불공정 거래가 심화했다고 보는 주요 원인으로는 '부당특약'과 '하도급 대금 지급' 등이 꼽혔다. 부당특약이란 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자·보수 작업 비용을 하도급 업체가 부담토록 하는 조항이나 원재료 가격변동에 따른 하도급 대금 조정신청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하는 불공정 거래 행위다.
하도급 대금 지급은 원도급 업체가 하도급 업체에 대금을 지불하지 않거나, 지급 약정 기일을 지키지 않는 경우다. 주로 원도급 업체에 해당하는 종합건설업체가 하도급 업체인 전문건설업체에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게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설명이다.
이처럼 건설업계 내 불공정 거래가 심화하는 것은 건설자재 가격 인상과 경기 불황 등으로 원도급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공사 기간 중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하도급 업체에 전가하는 행위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경기불황 등 수익성 악화에
원도급 추가비용 전가 증가
납품단가 연동제 적용 한계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건설공사비지수 상승률은 2019년 2.9%에서 2021년 14.0%, 지난해 5.4%를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건설용 자재의 물가상승률도 2019년에는 -1.9%를 기록했으나 2021년 27.3%, 지난해 7.8%를 기록하는 등 오름세가 뚜렷하다.
이달부터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행 중이지만 건설업계 내 불공정 거래 행위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상승분을 계약서에 반영토록 하는 제도로, 납품 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상인 주요 원재료를 대상으로 연동제가 적용된다. 그러나 건설공사의 경우 다양한 종류의 자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납품 대금의 10%를 넘는 원자재가 많지 않아 불공정 거래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종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으로 거래가격 상승분을 하도급 대금에 반영하는 장치는 마련됐지만, 제도가 활성화하려면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부당특약이나 지급 지연 등에 중점을 두고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