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6일간 결혼 일정. 호찌민으로 출발해 다음 날 신부님과 맞선. 3일 차에 결혼식 올리고, 이틀간 신혼여행 후 여섯째 날 입국합니다. 비용은 실속형 980만원. 대신 신부님 용돈만 챙겨주세요'.
인천의 한 국제결혼 중개업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홍보 글이다. 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이 '매매혼'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커지자,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도 관련 조례 폐지를 검토하기로 했다. 외국인과 결혼한 농·어업 남성 또는 여성에게 지원금을 주는 게 조례의 뼈대인데, 국제결혼 수요가 줄어든 이유도 있다.
옹진군·강화군 300만원씩 지급
2019년 1명·2022년 1명 등 지원
인수감소 지자체 대응 정책 고심
국제결혼 지원 조례는 2000년대 중반 정부의 '여성결혼이민자 가족사회 통합 지원 대책'에 따라 전국적으로 도입됐다. 농·어업인 중 미혼자에게 국제결혼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 인구 감소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사회 활성화를 꾀하자는 취지였다.
인천에서는 강화군과 옹진군이 관련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강화군은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농·어업 남성에게 300만원을 주고 있다. 옹진군은 국제결혼 중개업체에 낸 금액을 증빙하면 남녀 구분 없이 최대 300만원을 지급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농어촌을 중심으로 국제결혼 붐이 일었다. 강화군과 옹진군 등 농어촌 기초자치단체들이 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고자 조례를 만들었는데, 국제결혼 지원사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면서 조례를 폐지하는 추세다.
여성가족부는 2020년 12월 '국제결혼 지원사업 특정 성별영향평가' 보고서를 내놓으며 조정을 권고한 바 있다. 남성의 혼인만 지원하는 것은 양성평등을 강조하는 헌법과 법률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지원사업이 결혼 중개업체에 대한 지원으로 연결돼 결혼이주여성이 '사올 수 있는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결혼 지원사업에 관한 조례를 둔 기초자치단체는 2020년 11월 46곳에서 현재 33곳으로 줄었다. 국제결혼 수요가 줄어든 것도 조례 폐지에 영향을 미쳤다. 옹진군의 경우 2018년 2명, 2019년 1명이 지원금을 받은 이후 신청자가 한 명도 없었다. 강화군은 2019년 이후 신청자가 없다가 지난해 1명이 지원을 받았다.
옹진군은 조례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옹진군 관계자는 "조례가 성평등 관점에서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내부에서도 나왔다"며 "2019년 이후 지원자가 없었던 만큼 앞으로도 신청자가 없다면 폐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군도 앞으로 꾸준히 지원자가 없다면 사업 중단을 검토할 방침이다.
대부분 '인구감소지역'인 농어촌 기초자치단체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인구 감소 대응 정책 일환으로 국제결혼을 지원했는데, 수요가 없다시피 하다. 서천군은 관련 조례를 폐지하는 대신 결혼정착금 제도를 신설했다. 서천군 관계자는 "국제결혼뿐만 아니라 지역에 정착한 신혼부부를 폭넓게 지원하기 위해 최대 770만원의 결혼정착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상업적 중개를 통한 결혼은 이주여성의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다만 이미 국제결혼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 자리 잡은 분들에게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